삶의 묵상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으면 근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18. 1. 24. 14:18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으면 근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은 모두가 자신을 꾸짖을 수 있는 것을 기회만 있으면 타인을 꾸짖으려 한다." 이 말은 라 로슈푸코가 한 말입니다. 그것이 인간이며 인생입니다. 인생은 때때로 선(善)보다도 악(惡)을 선택할 구실을 인간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흑사병이 유행하여 많은 동물들이 잇따라 쓰러져 나갔습니다.
마침내 동물의 왕인 사자는 동물들을 소집한 다음 꾸짖듯이 말했습니다.

"이 불행은 하늘이 우리에게 내리신 벌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중에서 가장 죄가 많은 자가 마땅히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은 구차한 변명은 말고 솔직하게 이 자리에서 참회해야 한다."

사자는 임금답게 제일 먼저 자기가 죄도 없는 양뿐만 아니라 양몰이꾼까지 잡아먹었다고 참회했습니다. 그러자 아첨꾼인 여우가 말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너무 양심적입니다. 그 천한 양이야 임금님의 밥이 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또 양몰이꾼도 평소에 짐승들을 깔보았던 만큼 고통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그러자 뒤를 이어 호랑이, 곰, 표범 등 실력자들도 적당히 자기 죄를 얼버무리며 참회했습니다. 이윽고 나귀의 차례가 왔습니다. 나귀가 말했습니다.

"언젠가 저는 스님의 땅을 지나치다 너무나도 배가 고파 풀을 뜯어 먹었습니다. 제게는 그럴 권리가 없는 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섭게 동물들은 입을 모아 유죄를 외쳤습니다. 서기인 늑대는 불행의 원인인 나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프랑스 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 시인인 라 퐁텐(Ls Fontaine 1621-1695)의 우화 한 토막입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자기 자신만 용서하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가엾은 나귀만을 꾸짖으며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그들은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나귀를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의 허물을 꾸짖는 데만 열중하는 우화입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우화는 바로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양심이 마비된 거짓말쟁이들의 위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이러한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도 겉으로는 옳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 차 있다." (마태 23,28) 그러므로 모든 악의와 모든 거짓과 위선과 시기, 그리고 모든 중상을 버리십시오. (1베드 2,1)<꽃사진: 개망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