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착한 일을 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중세 말기와 근세 초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추기경인 쿠사누스의 니콜라우스(Nicolaus 1401-1464)가 살던 마을에 매우 가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아직 맏딸도 시집을 보내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니콜라우스는 한밤중에 재물을 들고 가서 그의 집에 몰래 던져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가난한 사람은 재물을 얻어 그의 맏딸을 시집보냈습니다.
그 뒤 니콜라우스는 다시 전과 같이 재물을 던져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가난한 사람은 그의 둘째 딸도 시집보냈습니다. 그러나 끝내 그 재물을 보내 준 사람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 가난한 사람은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짊을 베풀어야 할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인자한 마음도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 막내가 남아 있으니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다."
그 가난한 사람은 몰래 재물을 던져 준 분을 기다렸더니 과연 와서 재물을 던지고 달아났습니다. 그는 급히 따라가 만나서 그의 은혜에 크게 감사를 올리면서 보답할 방법을 물어보았습니다.
니콜라우스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들이 알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니 내가 죽을 때까지 당신이 이 일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나에 대한 보답입니다."
사람이 착한 일을 하더라도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얻을 것도 없지만 인간 세상에서 잃을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한다면 하늘에서는 이미 얻을 것이 없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다시 잃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웃집 딸을 시집보내기를 마치 친딸을 시집보내듯이 하였고, 그런 일을 하면서도 마치 도둑처럼 사람들을 피하였습니다. 덕을 감추어서 헛된 명예를 피하였으니 니콜라우스는 참으로 성인입니다.
성 안셀무스(Anselmus 1034-1109 이탈리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명예를 바라서 착한 일을 하는 것은 새는 술잔을 채우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이곳으로 부어 넣더라도 저곳에서 새어 나와 많이 붓고 적게 부은 것을 물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켜야 할 것은 오직 덕을 행하는 노력과 덕을 가볍게 무너뜨리는 죄일 뿐이다."
<사진: 쿠사누스의 니콜라우스>
'삶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네가 지나쳐 온 저 사람들 가운데 있다 (0) | 2016.06.02 |
---|---|
마음을 만인의 아래에 두는 것이 어찌 해롭겠습니까 (0) | 2016.05.31 |
선을 악으로 갚는 사람에게 결코 행복한 종말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0) | 2016.05.26 |
도가니에서 금이나 은을 제련하듯 칭찬해 보아야 사람됨을 압니다 (0) | 2016.05.24 |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0) | 2016.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