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꽃씨 - 사랑은 오직 향기로만 전해집니다

박남량 narciso 2005. 8. 9. 08:47


 

꽃          씨

 

 

 

- 사랑은 오직 향기로만 전해집니다


한 왕이 세 쌍둥이 아들을 두었습니다.
세 아들 중에서 후계자를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세 아들 중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왕은 위대한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위대한 스승이 한 가지 묘안을 내 놓았습니다.
성으로 돌아온 왕은 세 아들을 불러
각각 꽃씨를 한 줌씩 주면서
순례의 길을 떠날 것이라 하였습니다.

-몇 해 걸릴 것이다. 한두 해나 어쩌면 몇 해 더.
이건 너희들을 시험하는 것이니까 잘 알아 둬라.
내가 돌아오거든 이 꽃씨들을 도로 내 놓아야 한다.
가장 잘 보관했다가 내 놓는 사람이
후계자가 될 것이다.-

왕은 길을 떠났습니다.

첫 번째 아들이 생각했습니다.

-이 꽃씨들을 어떻게 한다-

그는 견고한 금고 속에 꽃씨를 숨겨 놓았습니다.
왕이 돌아오면 그대로 내 놓을 작정이었습니다.

두 번째 아들도 생각했습니다.

-첫째처럼 꽃씨를 금고 속에 숨겨 놓으면
꽃씨들이 죽을 거야. 죽은 꽃씨는 꽃씨가 아니야-

그는  장터로 나가 꽃씨를 팔아 돈을 마련하였습니다.

-왕이 돌아오시면 다시 장터로 가서 이 돈으로 꽃씨를
사드려야지. 더 좋은 것으로 말이야-

세 번째 아들은 뜰로 나가 꽃씨를 두루 뿌렸습니다.

삼 년 후 왕이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아들이 금고에서 꽃씨를 꺼내왔습니다.
꽃씨들이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이게 뭐냐! 내가 준 꽃씨가 이거더냐?
그 꽃씨들은 꽃을 피워 좋은 향기를 뿜을 수 있었다.
근데 이것들은 모두 죽어서 고약한 냄새만 풍기지 않느냐.
이건 내 꽃씨가 아니다,-

아들은 분명히 왕께서 주신 그 꽃씨라고 주장했습니다.
왕이 소리쳤습니다.

-넌 유물론자구나!-

두 번째 아들이 재빨리 장터로 달려가
새 꽃씨를 사가지고 와서 왕께 내밀었습니다.

-근데 이건 좀 다르지 않느냐,
네 생각이 첫째보단 좀 낫다만 아직 멀었다. 넌 심리학적이구나-

왕은 세 번째 아들에게 두려움과 함께 마지막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래, 넌 어찌했느냐?-

세 번째 아들은 왕을 뜰로 모시고 나갔습니다.
뜰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주신 꽃씨들은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꽃들이 한껏 피어나면 씨앗을 모아 돌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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景行錄에 曰
定心應物이면 雖不讀書라도 可以爲有德君子니라.

안정된 마음으로 사물에 응하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덕있는 군자가 될 수 있다.

사람에게는 경험을 이용하여 새로운 일에 대처할
적당한 처리방법을 알아내는 지적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판별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일을 함에 있어서
안정된 마음으로 바라보았는가.
그렇지 못하였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말에
군자는 정의를 표준으로 이해하고
소인은 이익을 표준으로 이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출처 동냥그릇/박상준편저/도서출판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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