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래 무 일
물(本來無一物)
글 / 법 정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없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영위될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기지개를 켠다.
동시에 우리들이
겪는 어떤 성질의 고통은
이 물건으로 인해서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중에도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물(物) 자체에서보다도
그것에 대한 소유관념때문인 것이다.
자기가 아끼던 물건을
도둑 맞았거나 잃어 버렸을 때 그는
괴로워한다.
소유관념이란 게
얼마나 지독한 집착인가를 비로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물건을 잃으면
마음까지 잃는 이중의 손해를 치르게 된다.
이런 경우 집착의 얽힘에서 벗어나
한 생각 돌이키는 회심의 작업은
정신위생상 마땅히 있음직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 버리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밖에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 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울타리가
없는 산골의 절에서는 가끔 도둑을 맞는다.
어느 날 외딴 암자에 밤손님이 내방했다.
밤잠이 없는 노스님이
정낭에 다녀오다가
뒤꼍에서 인기척을 들었다.
왠 사람이 지게에 짐을 지워놓고 일어나려다가 말고
일어나려다 말고 하면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뒤주에서
쌀을 한 가마 잔뜩 퍼내긴 했지만
힘이 부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스님은 지게 뒤고 돌아가
도둑이 일어나려고 할
때 지긋이 밀어주었다.
겨우 일어난 도둑이 힐끗 돌아보았다.
-아무 소리말고 지고 내려가게-
노스님은 밤손님에게 나직이
타일렀다.
이튿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아무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잃어 버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부터 한 물건도 없다는 이 말은
선가에서 차원을 달리해
쓰이지만
물에 대한 소유관념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 후로
그 밤손님은 암자의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후문.
출처 경향신문 1970.5.14/법정/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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