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뒤에는 배운 말과 글에 집착하지 말라는 고사성어 사벌동안(捨筏登岸)
청(淸)나라 시풍(詩風)을 확립했다는 대표적 시인 왕사진(1634-1711)의 향조필기(香祖筆記)에 나오는 말이다.
捨筏登岸(사벌등안) 禪家以爲悟境(선가이위오경) 詩家以爲化境(시가이위화경)
詩禪一致(시선일치) 等無差別(등무차별)
“강을 건너 기슭에 이르면 뗏목을 버리라는 비유를 수행자들은 깨달음의 경지로 여기고, 시인들은 입신의 경지로 여기니 시와 선이 한 점에서 만나는 것에 어떠한 차별도 없다.”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기슭에 닿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남은 일은 언덕을 오르는 일인데 거추장스럽다. 목적을 달성하고 난 뒤에는 도움을 받은 것을 잊으라는 말이다. 뗏목을 메고 언덕을 오를 수 없으니 잊어야 다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벌(筏)은 뗏목을 의미한다.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이 세상(此岸)에서 강을 건너 피안(彼岸)에 이른 뒤에는 타고 간 뗏목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깨달음에 이른 뒤에는 배운 말과 글에 집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람은 욕심에서 헤어나지 못해 어느 정도 이루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산꼭대기까지 뗏목을 메고 가려는 사람은 주변에 흔하다. 뗏목을 버린 가르침을 생각해 봄 직도 하다.
왕사진(王士禛)의 향조필기(香祖筆記)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사벌동안(捨筏登岸)이다.
사벌동안(捨筏登岸)이란 강을 건넌 뒤에는 타고 온 뗏목을 버리고 언덕을 오른다는 말로 진리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썼던 모든 도구들을 다 버린다는 뜻이다. 깨달음에 이른 뒤에는 배운 말과 글에 집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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