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란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법정(法頂 1932-2010) 스님의 말씀입니다.

인도의 어느 구루(인도 종교에서 산스크리트어로 정신적 스승을 뜻한다)가 길가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는데 한 제자가 다가와 머리를 숙이며 존경과 헌신의 표시로 구루 발앞에 두 개의 커다란 진주를 내놓았습니다.

그때 눈을 뜬 구루는 진주 하나를 집어 들어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조심성 없이 들고 있던 진주가 그의 손에서 떨어져 그만 강물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경악한 그 제자는 즉각 몸을 날려 물속으로 들어 갔으나 진주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아내겠다는 일념으로 몇 번이고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 갔으나 번번이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덧 날은 저물어 이미 밤이 깊었습니다.

마침내 흠뻑 젖고 기진맥진한 그 제자는 명상 중인 구루를 깨워 일으키며 말했습니다.
"스승님께서 그 진주가 빠지는 것을 보셨습니다. 그러니 그 정확한 지점을 제게 말해 주시면 제가 들어가서 그것을 꺼내다 들이겠습니다."

그러자 구루는 남은 다른 한 개의 진주를 마저 강물 속에 집어 던지며 말했습니다.
"바로 저길세."

지금 이 순간부터 사물은 소유하러 들지 마십시오. 그러면 삶이 가벼워집니다. 그것은 결코 소유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버리십시오. 그러면 삶이 자유롭고 행복해집니다. 다만 당신 자신이 그것에 소유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

머리 둘 곳조차 없었던 예수님은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루카 10,4) 제자들에게 무소유와 철저한 섬김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게 했습니다.

우리에게 얽힌 인연의 끄나풀을 위한 건배사에 '무소유'가 있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소통하며 유연하게 살자."는 뜻입니다. 오늘 건배하세요. '무소유' 한 번 더 할까요. '무소유' <꽃사진: 크리산세멈(Chrysanthem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