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도 늙으면 느린 말보다 못 합니다(驥麟老劣駑馬)
한나라의 유향(劉向)이라는 학자가 편찬한 사서(史書)에 전국책(戰國策)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전국시대의 주(周), 진(秦), 초(楚) 등 3개국의 역사를 나라별로 나누어서 쓴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고사성어(故事成語) 등이 있어 옛날부터 많이 읽혀 왔던 책입니다. 그 속의 제책(齊策)에 驥麟老劣駑馬(기린노열노마)란 격언이 있습니다. "기린도 쇠약해지면 노마(駑馬)보다 못하다."는 말입니다.
어떤 영웅도 늙으면 보통 사람보다 뒤떨어진다는 뜻으로서 현대식으로 말하면 늙으면 쓸 데가 없다는 말입니다. 기린(驥麟)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정도로 빨리 달리는 상상의 말이고, 노마(駑馬)는 느리고 둔한 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수성(守城)의 명군이었던 오(吳)나라 손권(孫權 182-252)의 이야기입니다. 오(吳)나라의 태자로는 일찍부터 장남을 세워 놓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손권(孫權)보다 먼저 요절하였습니다. 이때부터 후계 선정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났습니다.
손권(孫權)은 왕부인과의 사이에 난 큰 아들 손화(孫和)를 태자로 지명하였지만 손권(孫權)은 손화(孫和)의 동생으로 아직 어렸던 손패(孫覇)를 무척 아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손패(孫覇)를 노왕(魯王)에 봉하여 태자와 동등한 대우를 했습니다.
이때부터 신하들 사이에 태자파(孫和派)와 노왕파(孫覇派)가 생겼습니다. 양파(兩派)는 서로가 미는 왕자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서로 상대의 발목을 잡는데 열을 올렸습니다. 이들의 소문은 형주에 있는 최고사령관이이며 승상(丞相)인 육손(陸遜 183-245)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육손(陸遜)은 군인으로서 정치적 투쟁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승상(丞相)을 겸하고 있어 조정내의 분쟁을 그대로 내 버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육손(陸遜)은 손권(孫權)에게 상주(上奏)하였습니다.
"태자는 차기의 제왕이며 국가의 정통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노왕은 보통의 왕자이며 제왕의 자리를 이을 수 있ㄴ는 지위가 아닙니다. 태자 전하와 노왕 전하의 처우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어야 마땅합니다."
승상(丞相) 육손(陸遜)의 상주(上奏)에도 불구하고 손권(孫權)은 전혀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실각되겠다고 두려워한 노왕파(孫覇派)가 육손(陸遜)의 죄를 날조하여 상주(上奏)하였습니다.
옛날의 손권(孫權)이라면 이런 중상모략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驥麟老劣駑馬(기린노열노마) 어찌하겠습니까. 나이를 너무 먹었는 데다가 때마침 병석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판단이 흐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손권(孫權)이 중상모략을 믿고 형주로 사자를 보내 육손(陸遜)을 꾸짖었습니다. 육손(陸遜)은 너무나도 한심해서 죽음으로써 손권(孫權)에게 간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63세였습니다.
육손(陸遜)이 분사(憤死)하고 나자 손권(孫權)은 그 충성을 재인식하고 깊은 자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었습니다. 손권(孫權)은 병석에서 마지막 기력을 다하여 이 문제를 처리하였습니다. 태자 화(和)를 폐위하고 노왕(魯王) 패(孫覇)에게는 죽음을 내리고 그 일당을 처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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