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도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때의 이야기이다. 안자(晏子 ?-BC500)가 임금에게 말했습니다.
송나라의 어떤 술 파는 사람이 술독을 대단히 깨끗이 하고 사람들 눈에 잘 띄도록 간판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도 오래도록 술이 팔리지 않아 거의 시어져서 더 이상 팔 수가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술 파는 사람은 기가 막혀 이웃에게 왜 술이 팔리지 않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웃이 이렇게 일러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 집의 개가 너무나 사나워 우리가 그릇을 들고 술을 사러 들어서면 개가 먼저 우리를 맞이하면서 물어버립니다. 그러니 누가 당신 집에 술을 사러 가겠습니까?"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려준 안자(晏子)는 이렇게 말을 맺었습니다.
"이처럼 나라에도 역시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지요. 능력과 기술을 가진 어떤 이가 임금에게 명석하게 가르쳐 주고 싶어도 권력을 쥔 자가 먼저 이들을 맞이해 물어 버립니다. 이것이 곧 나라의 사나운 개지요."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실린 글입니다. 박서림의 <한여름밤의 고전산책>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오늘의 통치자도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면 이러한 경우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도록 매사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꽃사진: 가을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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