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고통은 삶의 아픔이지만 더불어 삶에서 악업을 해독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24. 6. 12. 09:40

고통은 삶의 아픔이지만 더불어 삶에서 악업을 해독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이며 한때 비구니이기도 했던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가 전국에 영()을 내려 큰스님을 모셔오라 했다. 이에 수행과 지식이 출중한 신수(神秀 606-706) 대사와 일자무식이지만 수행에 전념한 숭산 혜안(惠安 582-709) 선사가 궁중에 들어왔다. 측천무후는 궁녀들에게 두 스님을 씻겨드리라 명했다. 궁녀들이나 두 스님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누구의 명이라고 어기겠는가? 이들의 목욕 과정을 측천무후는 목욕탕 뒤에 있는 뚫린 구멍으로 들여다보았다. 천하절색의 궁녀들이 몸을 씻겨드리자 신수 대사는 요동하는데 혜안 선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광경을 엿보던 측천무후는 入水見長人(입수견장인) 물에 들어가 있는 위대한 사람을 본다며 거듭 감탄했다. 혜안은 초월의 한계를 이미 극복한지 오래였으며 유무의 분별을 뛰어넘어 지평선 저 너머에서 노닐었다. 측천무후는 혜안 선사를 국사(國師)로 모시었다.

 

이 일화는 후대 선사들이 자주 거론한 화두이기도 합니다. 곤란한 일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붓다는 왜 하필 나야?”라고 불평하지 말고 내가 여기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라고 일깨웠습니다. 모든 고난은 붓다의 눈으로 볼 때 악업(惡業)을 소멸하고 새로운 축복의 존재로 전환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작든 크든 여러 악업을 짓고 살아갑니다. 삶의 아픔은 바로 그런 악업들을 해독하고 풀어 없애는 것입니다. 광활한 들판에서 찬 이슬과 세찬 바람을 받으며 고혹적인 색채를 지닌 꽃들이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