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깃들이라는 고사성어 습정투한(習靜偸閑)

박남량 narciso 2020. 7. 6. 14:21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깃들이라는 고사성어 습정투한(習靜偸閑)

 

 

청나라 사람 주석수(朱錫綬)가 유몽영(幽夢影)의 여운을 이어 펴낸 유몽속영(幽夢續影)에 나온다.

習靜覺日長(습정각일장) 逐忙覺日短(축망각일단) 讀書覺日可惜(독서각일가석)

고요에 익숙해지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바쁨만 쫓다 보니 하루가 너무 짧다.
책을 읽으면 하루가 아깝게 여겨진다


習靜(습정) 고요함을 익혀야 하루가 긴 줄 알고, 바쁘게 지내봐야 하루가 짧은 줄 알고, 독서를 해양 하루하루가 아까운 줄 안다고 전해준다. 거품처럼 허망한 바쁨을 쫓지 말고, 내면에 평온한 고요를 깃들이라는 말씀이다. 한가로움을 깃들인다는 것은 바쁘다는 핑계 속에 나날이 침식되어 허물어지는 정신을 붙들어 세우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나라 사람 육소형(陸紹珩)이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에서 한 말이다.

世味濃(세미농) 不求忙而忙自至(불구망이망자지) 世味淡(세미담) 不偸閑而閑自來(불투한이한자래)

세상맛에 푹 빠지면 바쁨을 구하지 않아도 바쁨이 절로 이르고,
세상맛에 덤덤하면 한가로움에 힘쓰지 않아도 한가로움이 절로 온다.

육소형(陸紹珩)의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는 오랜 세월에 걸친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글들이 수록된 잠언집 같은 성격의 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는 명()나라 말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자신을 보전하며 번뇌를 끊는 등 그 시대 지식인의 심리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하였다.

관심이 밖으로 향해 있으면 바쁘단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마음이 안쪽으로 향해야 비로소 한가로울 수 있다. 求忙(구망) 바쁘기를 구하는 것과 偸閑(투한) 한가로움에 힘쓰는 일의 선택은 세상일에 대한 관심 정도에 달린 것이지, 내가 도시와 시골 중 어디에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주석수(朱錫綬)의 유몽속영(幽夢續影)과 육소형(陸紹珩)의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에 실린 고사성어가 습정투한(習靜偸閑)이다.

습정투한(習靜偸閑)이란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깃들이라는 뜻으로, 거품처럼 허황한 바쁨을 쫓지 말고, 내면에 평온한 고요를 깃들이라는 말이다. <사진설명: 다대포항과 몰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