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건물 이름에도 서열이 있는 것을 아세요

박남량 narciso 2008. 2. 13. 13:56



건물 이름에도 서열이 있는 것을 아세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그 건축물이 가지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깊이있는 아름다움을 전해주며
              우리의 전통, 문화,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한국전통문화 순례의 길이 된다.

              그러나 궁궐이나 불교사원
              또는 서원과 같은 곳을  답사했을 때
              그곳의 여러 건물들에서
              건물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을 보게 된다.
              이 건물 이름에는
              반드시  전, 당, 각이라는 글자들이 붙어 있다.
              어디에는 전이고
              어디에는 당이며
              어디에는 각이라고 되어 있는데
              건물 이름을 붙히는 데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을 알고 건축물을 보게 된다면
              전통건축 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이다.

              건축물에도 신분이 있다는 것이다.
              즉 건축물 주인의 신분에 따라
              건축물 이름에 붙는 끝 글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展)은 건물 가운데 가장 격이 높은 건물이다.
              건물의 규모도 크고 품위 있는 치장을 갖추었다.
              궁궐에서 전(展)은 왕이나 왕비
              혹은 왕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쓰는 건축물이다.
              왕이 있는 곳에 강녕전
              왕비가 있는 곳에 교태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그러나 왕과 왕비의 전(展)이라도
              일상적인 기거 활동 공간인 경우보다는
              의식 행사나 공적인 활동을 하는 건물인 경우이다.
              불교사원인 경우는 제일 높으신 분이 부처님이므로
              부처님을 모신 곳에 대웅전이라 하여 전(展)이 붙는다.
              스님들이 기거하는 건물에는 전(展)이 붙지 않는다.
              유교의 성균관이나 향교에는 대성전이라 하여
              공자님을 모시는 곳에 전(展)이 붙는다.

              당(堂)은 전(展)보다 한 단계 낮은 건물이다.
              궁궐에서는 공적인 활동보다는
              일상적인 활동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왕이나 왕비 그리고 세자나
              궁궐 안 관리들이 사용하는 건물이다.
              왕과 왕비는 전(展)과 당(堂)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그 이하 사람들은
              영의정이라도 전(展)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사가에서는 제일 높은 것이 당(堂)이다.
              불교 사원에서는 스님들이 사용하는 곳이나
              큰 스님들의 영정을모신 곳에 당(堂)이 붙는다.
              성균관이나 향교에서는 유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건축물에 당(堂)이 붙는다.

              다음은 규장각과 같은 합(閤)이나 각(閣)이다.
              대개는 전(展)이나 당(堂) 주위에 소재하여
              전이나 당을 보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전(展), 당(堂)보다는 떨어진다.

              다음이 재(齋)와 헌(軒)이다.
              재(齋)는 숙식 등 일상적인 주거용이거나
              독서나 사색을 하는 용도로 쓰는 건축물이다.
              궁궐에서는 왕실 가족이나 궁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기거하며 활동공간이며
              성균관이나 향교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는 공간이다.

              헌(軒)은 대청마루가 발달되어 있는 집을 가라키며
              일상적 주거용보다는 공무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끝으로 루(樓)와 정(亭)이다.
              루(樓)는 바닥이 지면에서 사람 한 길 높이 정도의
              마루로 되어 있는 건축물이다.
              주요 건축물의 일부로서 누마루방 형태로 되어 있거나
              큰 정자 형태를 띄기도 한다.
              간혹 이층으로 된 것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반드시 일층과 이층의 이름을 따로 붙여서
              일층은 각(閣)으로 이층은 루(樓)가 된다.

              정(亭)은 정자(亭子)라는 것이다.
              연못가나 개울가 또는 경관이 좋은 곳에
              휴식이나 연회 공간으로 사용하는 작은 집을 말한다.

              역사와 건축물은 함께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 건축물을 순례한다면

              역사를 가진 건축물을 보는 눈의 즐거움
              건축물의 이름에 대해 알고 나서
              이 공간은 누가 살았으며 무엇에 사용되었나 하는
              쏟아지는 역사의 현장감이 어우러져
              흥미로우면서도 잊지 못할 역사의 재발견으로

              더욱 더 큰 즐거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