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짓 말 의 미
학
고려
때의 학자 이제현은 충선왕을
모시고
오랫동안 원나라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왕이 친하게 지내던 여인이
있었는데
연꽃 한 송이를 꺾어주고 이별을
했습니다.
임금이 밤낮으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여
어느 날 이제현으로
하여금
여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오게
하였습니다.
가서 보니 여자는 밥도 먹지 않은 지
여러 날 되어 말도 제대로 못하고
간신히 붓을 들어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보내주신
연꽃 한
송이
처음에
왔을 땐 붉디
붉더니
가지를
떠난지 지금
며칠되었나?
초라하게
시든 그
모습
마치
내 모습 같네.
중국의 그 어여쁜 여인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제현이 돌아와 임금께 거짓
아뢰었습니다.
-
여자는 술집에 들어가 불량배들과
어울린다는
소문만 있고 사람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임금은 땅에 침을
뱉었습니다.
다음
해 임금의
생일,
이제현이 술잔을 올리며 뜰 아래
엎드려
사실대로
고한 뒤 사죄를
구했습니다.
임금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 만약 그때 이 시를
보았다면
국정을 소홀히 했을텐데, 경이 나를
사랑하여
거짓으로 고했으니 참으로
충성스럽다-
예의와
도덕의식이 엄격한
유학사상에도
권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원칙과 규범을 존중하되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융통성을 부릴 줄
아는
중용의 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삶에 있어서
정직함이란 무엇보다 소중한
미덕이지만
고지식한 정직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생활성서 200403 소금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