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감사하는 마음은 짧은 여운으로 자리하고 욕심은 끝이 없는 듯합니다

박남량 narciso 2016. 11. 14. 11:44


감사하는 마음은 짧은 여운으로 자리하고 욕심은 끝이 없는 듯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욕심은 인간의 본성이기에 그 자체를 없애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그것을 조절하는 절제의 미덕을 갖춘 욕심은 때로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법구경에서는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질지라도 사람의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다. 욕망에는 짧은 쾌락에 많은 고통이 따른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자라를 파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자라를 사서 얕은 물에 놓아주니, 자라가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그는 물가로 나와 얼굴을 내미는 자라에게 먹이를 주었고, 얼마 후, 자라는 크게 자라서 깊은 바다로 떠났습니다. 몇 년 후, 그에게 한 어부가 찾아와 말하였습니다.

"저는 옛날 주인께서 살려준 자라랍니다. 주인의 은덕을 갚고자 사람으로 변하였지요. 앞으로 큰비가 내려 화가 닥칠테니 미리 피하십시오."

과연 사흘 후부터 물동이로 쏟아붓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부로 변한 자라는 미리 준비한 배에 주인을 태우고 집안 살림을 싣고 물바다가 된 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때 여우 한 마리가 파도에 휩쓸리며 살려달라 애원하였습니다. 어부는 여우를 구해주었습니다.

또 이번에는 왠 청년이 판자에 몸을 의지하고 떠내려가며 구해달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부는 사람이 오히려 짐승보다 못하다며 거부하였으나, 주인이 설득하여 청년을 구해주었습니다. 배에 오른 청년은 주인에게 말하였습니다.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평생 종이 되어 은혜를 갚겠습니다."

배가 언덕에 닿자 여우는 그냥 도망갔지만, 청년은 주인을 따라가 정성껏 살림을 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우가 주인을 다시 찾아와서 인사를 하고는 달아나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주인이 이상히 여기고 따라가 보았더니, 여우가 땅을 파면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을 파보니 은항아리 셋이 나왔습니다. 주인은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청년이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청년은 주인이 얻은 항아리가 실은 자기가 묻은 것이라며 그 크기와 묻었던 장소까지 적힌 문서를 가지고 관가에 고소를 하였습니다. 주인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모든 재산을 팔아 변상을 하게 되었으며, 그러고도 풀려나지 못해 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감옥에서 탄식하였습니다.

"은항아리를 얻지 않았다면 이런 화를 만나지 않았을 것을! 재물이란 재앙이요 벼술이란 죽음이고 관리란 근심이라더니. 사람들이 재화로 재앙을 불러들이고 벼술살이로써 죽음의 환란을 당함이 옳은 이치로다. 내가 이름 없는 재물을 탐내어 취하였으니 감옥에 갇히는 것이 마땅하다!"

나누는 이 우화는 조선 후기의 문신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 1741-1826)의 문집 무명자집(無名子集)에 실린 글을 설성경의 <세상을 거꾸로 보는 관상장이>에서 인용한 글로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요망하다는 여우조차도 은덕을 갚았는데, 사람은 그러하지 못하고 도리어 해를 끼쳤습니다. 이는 그가 은덕을 잊어서라기보다는 욕망에 휩싸여 사람의 도리를 잃어서입니다.

올바른 사람은 자신이 욕망을 조절하는데,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욕망에 지배를 당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자라나 여우와 같이 진실한 마음으로 보답하는 이웃이 있는가 하면, 욕망에 눈이 어두워 신의도 우정도 하루아침에 깨어 버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세월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 이르는 진리입니다. 성경에서도 탐욕(貪慾)을 주의하고 경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21). <꽃사진: 가을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