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歸園田居(귀원전거) - 전원으로 돌아와서 살다

박남량 narciso 2017. 3. 1. 11:04


歸園田居(귀원전거)



其一

少無適俗韻 (소무적속운)
性本愛丘山 (성본애구산)
誤落塵網中 (오락진망중)
一去三十年 (일거삼십년)
羈鳥戀舊林 (기조련구림)
池魚思故淵 (지어사고연)
開荒南野際 (개황남야제)
守拙歸園田 (수졸귀원전)
方宅十餘畝 (방댁십여무)
草屋八九間 (초옥팔구간)
榆柳蔭後簷 (유류음후첨)
桃李羅堂前 (도리라당전)
曖曖遠人村 (애애원인촌)
依依墟裏煙 (의의허리연)
狗吠深巷中 (구폐심항중)
雞鳴桑樹巔 (계명상수전)
戶庭無塵雜 (호정무진잡)
虛室有餘閒 (허실유여한)
久在樊籠裡 (구재번롱리)
復得返自然 (부득반자연)

젊었을 적 속세의 삶이 어울리지 않아/천성이 산을 좋아했다./티끌 세상에 잘못 떨어져/한번 떠나 삼십 년이 되었다./새장에 갇힌 새 옛 숲을 그리워하고/연못 속 물고기는 저 살던 곳 생각한다./남쪽 들녘 한 끝을 일구니/분수를 지켜 시골로 돌아왔다./기껏해야 십여 무(畝)의 텃밭/집은 초가집 팔구 칸이다./느릅과 버드나무 뒤편 처마에 그늘 지우고/복숭아 오얏나무 대청 앞에 늘어섰다./저 멀리 마을은 어렴풋이 보이고/마을에선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른다./깊숙한 골목에서는 개 짖는 소리/뽕나무 끝에서는 닭 우는 소리 들린다./집 앞의 뜰에는 잡스러운 것 하나 없고/빈 방에는 한가함이 감돈다./오랫동안 새장 속에 있다가/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왔노라.

其二

野外罕人事 (야외한인사)
窮巷寡輪鞅 (궁항과륜앙)
白日掩荊扉 (백일엄형비)
虛室絕塵想 (허실절진상)
時復墟里人 (시부허리인)
披草共來往 (피초공래왕)
相見無雜言 (상견무잡언)
但道桑麻長 (단도상마장)
桑麻日已長 (상마일이장)
我土日已廣 (아토일이광)

들 밖에는 사람과의 일도 없고/좁은 골목엔 거마의 출입도 드물다./대낮에도 사립대문 닫고/빈 방에서는 세상 생각 전혀 없다/때때로 빈 고을 사람 돌아오고/풀을 헤치고 서로 오고 간다./서로 만나면 잡된 말 하지 않고/뽕나무나 삼나무 키우는 말만 한다/뽕나무, 삼나무는 이미 자라나고/우리의 땅도 날마다 넓어진다.

其三

種豆南山下 (종두남산하)
草盛豆苗稀 (초성두묘희)
侵晨理荒穢 (침신이황예)
帶月荷鋤歸 (대월하서귀)
道狹草木長 (도협초목장)
夕露霑我衣 (석로점아의)

남산(南山) 아래에 콩을 심었더니/풀이 무성하여 묘종(苗種)이 성글다./이른 새벽에 나아가 황예(荒穢)를 손보고/달빛을 받으며 괭이 메고 돌아오니/길은 좁은데 초목(草木)이 길게 자라/저녁 이슬이 내 옷을 적신다.

其四

久去山澤遊 (구거산택유)
浪莽林野娛 (낭망림야오)
試攜子侄輩 (시휴자질배)
披榛步荒墟 (피진보황허)
徘徊丘壟間 (배회구롱간)
依依昔人居 (의의석인거)
井竈有遺處 (정조유유처)
桑竹殘朽株 (상죽잔후주)
借問採薪者 (차문채신자)
此人皆焉如 (차인개언여)
薪者向我言 (신자향아언)
死沒無復餘 (사몰무복여)
一世異朝市 (일세이조시)
此語眞不虛 (차어진불허)
人生似幻化 (인생사환화)
終當歸空無 (종당귀공무)

산과 소택(沼澤) 떠난 지 오래이지만/우거진 숲과 들은 즐거운 곳이지./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나무 덤불 헤쳐가며 폐허를 걷다가,/구롱(丘壟) 사이 배회하며 여기 저기 둘러본다./예전에 사람 살던 집터에는/우물과 부뚜막이 그대로 남아있고/썩다 남은 뽕나무와 대나무도 있다/나무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를/이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소?/나무꾼이 나를 보고 하는 말이/다들 죽고 남은 사람은 없소!/한 세대(世代)가 지나면 세상이 바뀐다더니,/이 말은 참으로 빈말이 아니었구나./인생이란 환상과 같아서/종래에는 빈 곳으로 간다오.

其五

悵恨獨策還 (창한독책환)
崎嶇歷榛曲 (기고역진곡)
山澗淸且淺 (산간청차천)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漉我新熟酒 (녹아신숙주)
隻雞招近局 (척계초근국)
日入室中闇 (일입실중암)
荊薪代明燭 (형신대명촉)
歡來苦多短 (환래고다단)
已復至天旭 (이복지천욱)

언짢은 마음으로 지팡이 홀로 집고/개암나무 헤집고 굽은 길을 나온다./산골짝 개울물은 맑고 얕아서/내 발 정도는 씻을 만하다./새로이 익혀 놓은 술을 거르고/닭 한 마리 잡아서 이웃을 부른다./해가 지면 방안은 어둡지만/가시나무 가지로 촛불을 대신하고,/즐거울 때에는 짧은 밤이 괴롭지만/아침해는 또 다시 하늘에 떠오른다.


중국 동진(東晉) 지방관리를 하다가 관직을 버리고 전원(田園)으로 돌아와 술과 자연을 벗하며 산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전원으로 돌아와서 살다." 즉 歸園田居(귀원전거) 五首입니다. 전원(田園)의 하루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불어 높은 절개를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귀거래사(歸居來辭)와 짝을 이루는 전원시(田園詩)로서 역시 유교(儒敎)와 노장사상(老莊思相)을 바탕에 깔고 있는 그의 시(詩)는 당대에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당(唐)나라 때에 이르러 시(詩)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송대(宋代)에는 동파거사(東坡居士) 소식(蘇軾 1037-1101)을 비롯한 모든 시인들이 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으며 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인생이 존재합니다. 아둥바둥 거리며 눈 앞의 이익만 쫓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입신양명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생도 있습니다. 마냥 끌려만 다니는 수동적인 인생이 있으며, 천지자연의 품에서 유유자적하는 인생도 있습니다. 니체와 같이 톱니바퀴를 강요하는 현실 세계의 억압에 맞서 자율적인 존재가 될 것을 독려하는 인생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십니까? 정신적 삶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인생인가요?
<그림: 황신(黃愼; 1687~1770경 중국) 도연명중양음주도(陶淵明重陽飮酒圖)>


오류선생(五柳先生)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