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묵죽도(墨竹圖)>

박남량 narciso 2017. 2. 22. 15:37


우리 미술관 옛그림

탄은(灘隱) 이정(李霆 1541-?)  <묵죽도(墨竹圖)>



탄은(灘隱) 이정(李霆 1541-1622)은 세종의 손자의 손자인 五세손인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묵죽화가(墨竹畵家)입니다.  조선 후기의 수운(峀雲) 유덕장(柳德章 1675-1756), 자하(紫霞) 신위(申緯 1769-1845)와 더불어 조선 시대 3대 묵죽화가(墨竹畵家) 입니다. 특히 대나무 그림에 뛰어나 매화 그림의 묵매도(墨梅圖)로 유명한 어몽룡(魚夢龍 1566-?)과 함께 으뜸으로 불린 화가입니다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묵죽화(墨竹畵)는 줄기와 잎의 비례가 잘 어울리게 그렸으며 대나무의 특징인 강인성아 돋보이게 표현하여 그만의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하였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풍죽(風竹), 눈이 내렸을 때의 설죽(雪竹), 비를 맞은 우죽(雨竹) 등 다양한 대나무 그림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바위틈에서 솟아난 한 줄기 대나무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의 대나무 그림은 대나무가 마치 그림자 같습니다. 묵죽(墨竹)의 시초는 중국 오대(五代) 여류 화가인 이부인(李夫人)이 달빛을 받아 창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를 묘사한 그림이 묵죽(墨竹)의 시초라고 전해지는데 뒤에 비친 담묵(淡墨)의 대나무는 안개에 싸인 듯 거리감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대나무는 사군자 중 겨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사시 사철 잎이 지지 않는 까닭에 겨울에 그 푸르름이 더욱 빛납니다. 이 때문에 대나무는 매화, 소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라는 이름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대나무 그림은 바위와 함께 그려지는 게 보통입니다. 이는 한자로 대나무 죽(竹)이 축하할 축(祝)과 발음이 비슷하고 십장생의 하나인 바위는 장수를 뜻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도 장수를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옛 선비들은 대나무 그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곧게 자라는 강직함, 속이 텅비어 있는 겸허함,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지조와 절개는 군자의 덕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합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 화원을 뽑는 시험에서도 사군자 중 유일하게 대나무 그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수화나 인물화를 제치고 시험 과목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대나무 그림이 어렵다는 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