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앞뒤의 이치가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고사성어 모순당착(矛盾撞着)

박남량 narciso 2017. 1. 25. 13:06


앞뒤의 이치가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고사성어 모순당착(矛盾撞着)



중국 전국시대 법가(法家)의 선비 한비자(韓非子)가 쓴 책 가운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창과 방패를 팔러다니는 초나라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방패를 좋다고 말할 때는 의례 "내가 파는 이 방패는 어떤 날카로운 창으로도 뚫지 못한다." 고 했다. 그리고 창을 자랑할 때는 "내가 파는 이 창은 뛰어나게 날카로워 아무리 튼튼한 방패라도 뚫을 수 있다." 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사람이 "그렇다면 그대가 가지고 있는 창으로 그대의 방패를 뚫으면 어찌 되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나라 사람은 그만 얼굴이 붉어지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서로 양립(兩立)할 수 없는 것을 모순(矛盾)이라 일컫는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한 한비자(韓非子)가 쓴 책의 난세편(難勢篇)에 실려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역산(歷山)의 농부들이 농토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었는데 순임금이 그곳에 가서 농사를 지으니 1년 만에 바로 다스려졌다. 또 하병(河浜)의 고기잡이들이 서로 어장을 차지하려고 다투었는데 순임금이 그곳으로 가서 1년 남짓 고기잡이를 하니 나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어장을 양보하는 것이었다. 동쪽 오랑캐들이 굽는 옹기는 품질이 거칠어 순임금이 그곳에 가서 1년 동안 옹기를 구우니 견고해졌다."

이 일에 대해 공자(孔子)가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농사 짓는 일이나, 고기 잡는 일, 옹기를 굽는 일은 본디 순임금의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순임금이 가서 그러한 일을 했던 것은 잘못된 풍습을 고치고자 함이었다. 순임금이야말로 인자(仁者)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몸소 겪으며 백성과 가까워진 것이다. 이렇듯 성인(聖人)의 덕(德)은 사람을 교화시킨다."

어느 선비가 "그즈음 요임금은 무엇을 했습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孔子)가 "천자(天子)였다."고 대답하니 이렇게 다시 물었다. 선비의 물음은 모순(矛盾)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유가(儒家)의 덕치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요임금을 성인이라고 했는데, 성인이 명석한 통찰력으로 천자의 자리에 앉았다면 세상에는 잘못된 일이 없어야 하는데도 농사꾼과 어부가 서로 다투고, 옹기가 견고하지 않아서 순임금이 덕으로 교화시켰다니 그러한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그것은 요임금에게 모자람이 있었다는 것이 아닙니까? 곧 요임금을 성인이라 받들면 순임금의 덕을 부정하지 않으면 안되니 이것을 양립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한비자(韓非子)의 난일편(難一篇)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모순당착(矛盾撞着)이다.

모순당착(矛盾撞着)이란 모순(矛盾)은 창과 방패를 말하고, 당착(撞着)은 서로 맞부딪침을 뜻하는 말로 모순(矛盾)이나 당착(撞着) 모두 앞뒤의 이치가 맞지 않음을 의미한다. 곧 같은 사람의 문장이나 언행이 앞뒤가 서로 어그러져 모순(矛盾)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