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 이병기 꽃시조 수 선 화 이 병 기 풍지(風紙)에 바람 일고 구들은 얼음이다. 조그만 책상(冊床) 하나 무릎 앞에 놓아두고 그 위엔 한두 숭어리 피어나는 수선화(水仙花) 투술한 전복 껍질 바로 달아 등에 대고 따뜻한 볕을 지고 누워 있는 해형수선 서리고 잠들던 잎도 굽이굽이 펴이네. 등(燈)에 비친 모양 더욱이 연연.. 꽃시 사랑 2010.03.05
매화 / 이병기 꽃시 매 화 이 병 기 외로 뎌더두어 미미히 숨을 쉬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곱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다가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아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꽃시 사랑 2009.02.12
난초 / 이병기 난 초 글 / 이 병 기 빼어난 가는 잎세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꼬치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이 병 기 (1881-1968) 호는 가람. 전북 익산 출생. 난초의 맑고 .. 꽃시 사랑 200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