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 오경옥 꽃시 살 구 꽃 오 경 옥 서리서리 휘돌던 골목길에 기다리던 손짓인가 살가운 봄바람 느스러진 마음에 안으면 봉곳봉곳 잠든 아이의 새근거린 입술 살포시 입을 맞추면 은은한 연분홍 물들여진 마음 마알간 네 얼굴 온 동리 휘도는 서글서글한 눈빛 꽃시 사랑 2010.06.02
할미꽃 / 이민숙 꽃시 할미꽃 이민숙 무덤보다 깊은 고독을 모르면 고개 숙이고 핀 모습에 말을 마오 허리 꺾여 낮은 곳 바라보며 忍苦의 세월 앞에 솜털 피워내 숨기고 숨긴 꽃잎 곱다고 허리 분지르지 마오 무뎌진 가슴에 흐르던 물이 고여 꽃으로 피었나니 무덤가에 핀 연유라면 묻지 마오 비녀 푼 하얀 머리채 속 꽃잎이.. 꽃시 사랑 2009.09.29
할미꽃 / 홍이선 꽃시 할미꽃 홍이선 아지랑이 피는 봄 언덕에 왼 종일 쪼그리고 앉아 나물 캐다 허리 굽은 귀밑머리 하얀 할머니 세월의 흔적 아스라이 내려앉은 늙고 쇠잔한 육신에 지루한 변명처럼 구부러진 생을 떠안고 외로움 게우는 모습이 처연하다 단내 물결치던 세월의 빛깔이 곰삭은 선홍빛 요절처럼 곱다 꽃시 사랑 2009.04.02
봉숭아 / 서연정 꽃시 봉숭아 서 연 정 봉숭아꽃 그리움을 깎는다 소금 섞은 봉숭아 속속들이 쓰라리게 스며 첫눈 내릴 무렵 발톱이 입술처럼 붉었다 누군가의 집 앞을 서성이는 동안에도 발톱은 자라고 가위가 지나갈 때면 꽃빛 만월이 그믐달로 살을 내리며 빠져나간다 마음은 그 자리에 차오르느라 다시 쓰리다 막막한 .. 꽃시 사랑 200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