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 정지용 꽃시 난 초 정 지 용 난초닢은 차라리 수묵색. 난초닢에 엷은 안개와 꿈이 오다. 난초닢은 한밤에 여는 다문 입술이 있다. 난초닢은 별빛에 눈떴다 돌아눕다. 난초닢은 드러난 팔구비를 어쩌지 못한다. 난초닢에 적은 바람이 오다. 난초닢은 칩다. 꽃시 사랑 2008.11.27
장미 / 김순남 꽃시 장미 아름 김순남 누구를 찔러 볼까 한때는 아침 햇살처럼 쏟아지던 관심도 비리고 진한 사랑도 다 사라졌구나 찔리고 찔린 자리마다 분노로 돋아난 가시 때때로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고독 시들어 떨어지는 한 생애의 모퉁이에서 울 밖의 하늘을 향해 고개 내밀어 본다. 솟구치는 누군가의 심장을 찔.. 꽃시 사랑 2008.11.11
석류 / 유소례 꽃시 석류 유소례 석류는 만개 된 노을빛 새콤달콤 물집을 끌어안고 한 울안의 가족 '이별 없기' 다짐을 하나 가을 앞에 몸과 몸 사이 그어진 물금 툭툭 벌어져 헤어져야 하는 귓속말 눈물이 그렁그렁 어차피 너와 나는 한 알, 한 알 손잡고 가지 못할 석류 알 하나. 꽃시 사랑 2008.11.04
호박꽃 / 이해인 꽃시 호박꽃 이해인 아이를 많이 낳아 키워서 더욱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엄마 같은 꽃 까다롭지 않아 친구가 많은 게야 웬만한 근심 걱정은 다 묻어 버린 게야 호들갑을 떨지 않고서도 기쁨을 노래할 줄 아는 꽃 사랑의 꿀 가득 담고 얻든지 뻗어 가는 노오란 평화여 순하디순한 용서의 눈빛이여. 꽃시 사랑 2008.10.27
할미꽃 / 오정방 꽃시 할미꽃 오 정 방 나이를 묻지마소 날 때부터 할미라오 꽃이라 불러주니 그나마도 황송하오 수줍어 부끄러운양 고개숙인 할미꽃 오정방시인 홈페이지 꽃시 사랑 2008.10.23
설중매 / 오정방 꽃시 설중매 雪中梅 오정방 매화야 제 철 만나 변함없이 피었건만 강설은 어이하여 시샘하듯 덮치는가 매화꽃 어디로 가고 눈꽃만이 피었네 매화꽃 망울망울 터질듯이 맺혔건만 사랑의 눈꽃송이 감싼듯이 품은듯이 보듬고 어루만지니 보란듯이 피더라 오정방 시인 홈페이지 꽃시 사랑 2008.10.21
갈대 / 오정방 꽃시 갈 대 오정방 미풍에도 흔들려주는 순종 어쩌다 강풍이 몰아칠 때도 심한 몸살을 앓을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는 그 의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는 겸손과 우러러 하늘을 쳐다봐도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는 그 순수 아, 나는 오늘 갈대밭에 서고 싶다. 그의 동무가 되어주고 싶다. 꽃시 사랑 2008.09.18
달맞이꽃 아가씨 / 유소례 꽃시 달맞이꽃 아가씨 유소례 하얀 낮달이 하늘에 뜨면 달맞이꽃 아가씨 가슴에 콩 튄다 동구 밖 모퉁이에 마음 앉혀놓고 기다림의 피 달굼 입술 노랗게 불탄다 쪽빛 밤하늘에 은하수 타고 흐르는 달빛이 금사 꽃술방에 불을 켠다 새벽이 맞도록 달빛에 몸 섞어 춤추는 달맞이꽃 아가씨 노오란 드레스가 아.. 꽃시 사랑 2008.09.12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 오정방 꽃시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오정방 계절에 떠밀려 발가 벗고 겨우내 찬 비 바람 눈 몰아칠 때도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내며 장승처럼 서있던 너, 목련 너도 이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았구나 너의 숨소리 듣지 못하여 너의 손짓 알아채지 못하여 무심했던 발길이 부끄러운데 너는 죽은듯 살아 .. 꽃시 사랑 2008.09.08
자목련 / 박경현 꽃시 자목련 박경현 이글거리는 보랏빛 정욕 내뿜다 오르가슴 한번 제대로 못 느낀 처연한 곤충이어라. 눈보라 차디찬 바람 용히도 이겨내고 한 뼘 봄기운 조급히 즐기려는 조바심의 멍울이어라. 그 뉘를 향한 우직한 수줍음인가? 그 뉘를 찾는 기름진 용솟음인가? 그 뉘를 달랠 처절한 몸부림인가? 꽃시 사랑 200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