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호박은 썩은 먼지를 흡수하지 않는다

박남량 narciso 2013. 4. 19. 09:40

호박은 썩은 먼지를 흡수하지 않는다



우번이 말했다.

"호박과 같이 아름다운 보석은 썩은 먼지를 흡수하지 않습니다."

우번((虞翻)은 회계군 여요 사람으로 중국의 후한말기부터 삼국시대의 학자이며 정치가로 자는 중상이며 오나라 손권을 섬긴 관리로 청렴 결백하기로 유명했으며 항상 관리들의 독직을 경계하고 있었다. 삼국지의 오지(吳志) 우번전에서 전해진다. 이 글은 "정렴 결백한 선비는 부정한 물건을 받지 않는다."는 비유의 말이다.

봉건 시대의 중국에서는 관리나 정치가가 되는 것이 자신의 축재로 이어졌다. 승관발재(升官發財)라는 말이 정착되어 있듯이 옛날 과거를 통해 벼슬에 오르는 것이 유일한 출세길이던 시절에 통하던 말이다. 승관발재(升官發財)란 관리가 되면 자연스레 돈을 벌거나 재물이 따라들어온다는 뜻이다. 벼슬이 곧 돈벌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었는가 보다.

옛날 중국에서 아문(衙門)은 관청을 통틀어 이르던 말로 서민의 고혈을 빨아 먹는 곳이었다고 하며, 관리나 벼슬아치가 모여 나랏일을 처리하는 곳을 이르던 말 또는 관청에 둔 거간꾼을 이르는 관아노아(官衙老衙)가 뇌물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오늘날도 관료나 정치가가 보상금이나 사례금을 요구하는 것은 극히 일상적인 일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렴 결백하고 부정한 금품을 받지 않으려면 상당한 극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청렴 결백은 가장 지니기 어려운 몸가짐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청문회 등을 통하여 접하는 정치가나 관료들을 보면 아문(衙門)과 관아노아(官衙老衙)가 우리의 곁에서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로부터 재물은 탁(濁)하고 명예는 청(淸)한 것이라고 했다. 세상 이치로 볼 때 재물과 명예를 다 누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한데 정치가나 관료들의 자기관리가 없는 성장과정과 변명은 누가 들어도 낯간지러울 뿐이다. 이런 저런 변명보다 차라리 침묵했다면 국민의 분노는 덜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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