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합니다
한 번은 부처님이 가시나무에 발을 찔려 피를 흘리셨는데 여러 가지 약을 써도 피가 쉽게 멎지 않았습니다. 이에 놀란 아라한(阿羅漢)들이 앞다투어 향산(香山)에 올라 약초를 캐어다 부처님 발에 발랐으나 전혀 차도가 없었습니다. 이때 십력가섭(十力迦葉)이 부처님께 나아가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라후라와 제바달다를 대하는 것과 똑같이 일체중생을 평등하게 대하신다면 발의 피가 당장 멎을 것입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신기하게도 부처님 발의 피가 멎고 딱지조차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여러 비구들이 찬탄했습니다.
『온갖 명약을 다써도 듣지 않더니 가섭(迦葉)이 진실한 말을 하자 피가 바로 멎었도다.』
이에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만이 아니라 옛날에도 그러했느니라.』
한량 없는 세월 전에 한 바라문이 아들을 낳아 그 이름을 무해(無害)라고 했습니다. 무해(無害)는 종종 그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밭에 들어가실 때 중생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그러자 어버지가 말했습니다.
『너는 마치 신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살아가다보면 어찌 벌레를 죽이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저는 현세에도 안락하고 내세에도 안락하게 살고 싶습니다. 만일 아버지께서 제 말을 흘려 들으신다면 저에게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
아들은 곧 독룡(毒龍)이 사는 강가로 가서 죽을 결심을 하고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독룡(毒龍)은 얼마나 무서운지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끊어질 정도였습니다. 아들은 독룡(毒龍)을 보자 즉시 온몸에 독기가 퍼져 목숨이 끊어지려고 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아들이 집에 없는 것을 알아채고 몹시 근심하며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다가 급기야 그가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달려와 하늘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제 아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남을 해칠 마음을 품은 적이 없다면 이 독기는 곧 사라질 것입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해(無害)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하게 회복되었습니다. 비구들아, 그 당시의 아버지가 저 십력가섭(十力迦葉)이고, 아들은 바로 이 내 몸이다. 가섭(迦葉))은 전세에서도 진실한 말로 나를 살린 적이 있었는데 현세에서도 역시 진실한 말로 내 병을 고쳐주었구나.
아라한(阿羅漢)은 좁게는 소승불교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자를 가리키고 넓게는 대소승을 막론해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십력가섭(十力迦葉)이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성불하시고 녹야원에 가서 최초로 제도한 다섯 비구 중의 하나이다. 라후라는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에 얼든 아들을 말하고 제바달다는 부처님의 사촌동생으로 항상 부처님을 해치려고 했던 악인으로 조달(調達)이라고도 부른다.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 놓은 잡보장경(雜寶藏經)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진실(眞實)에는 모든 미덕(美德)이 담겨 있어 악덕(惡德)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진실(眞實) 속에서 일체의 덕행(德行)은 마치 잘 닦은 길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한 삶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외로운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외로움이 아닙니다. 진실 속에는 사랑과 평화가 그 외로움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자(朱子 1130-1200 宋)도 말하기를, 『밝은 빛깔은 금과 돌을 뚫는다.』고 했습니다. 진실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은 무엇이든지 뚫고 나가지 못함이 없는 것입니다. 사람으로서 가장 그 몸을 버리는 것은 진실에서 떠나 허위 속을 헤매일 때입니다. 허위는 먼저 그 사람의 얼굴 모양부터 일그러트리고 맙니다. 허위에 사는 사람은 인간 본래의 빛깔을 떠난 것이니 자기의 추잡한 그림자에 스스로 몸부림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진실하신 분이시기에(로마 3,4), 하느님 백성의 지체들은 진실하게 살아야 마땅합니다(시편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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