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정직한 기록이라는 고사성어 동호지필(董狐之筆)

박남량 narciso 2016. 10. 17. 14:07


정직한 기록이라는 고사성어 동호지필(董狐之筆)



춘추 전국 시대 진(晉)나라에 있었던 일이다. 진(晉)의 영공(靈公)은 사치하고 잔인하였으며 방탕한 폭군이었다. 궁중 주방장이 곰발바닥(熊掌)을 좀 덜 삶았다고 죽여 시체를 난도질해서는 광주리에 담아 궁녀를 시켜 머리에 이고 다니게 했다.


조순(趙盾)이 수차 간언을 하였지만 오히려 자객을 보내 그를 죽이려고 했다. 어느 날 아침 자객이 조순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조복으로 정장을 한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자객은 차마 그를 죽이지 못하고 스스로 나무에 머리를 찧어 자결하였다.

영공(靈公)은 계획을 바꿔 그를 주연에 초대하여 죽이고자 하였으나 조순이 옛날 사냥을 나갔을 때 사흘을 굶어 신음하던 청년을 구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청년이 호위병이 되어 있었다. 그 호위병이 막아서는 틈을 타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영공의 포악함이 날이 갈수록 더해 마침내 조천(趙穿)이 영공(靈公)을 죽이고 만다. 그는 조순의 사촌 동생이다. 조순(趙盾)은 영공이 시해되기 며칠 전에 그를 피해 망명 길에 올랐으나 국경을 넘기 직전에 이 소식을 듣고 도읍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당시 사관(史官)인 동호(董狐)가 사책(史冊)에 이렇게 적었다.

"조순, 그 군주를 시해(弑害)하다."

조순이 이 기록을 보고 극구 변명하자 동호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대감께서 직접 영공을 시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때 대담은 승상으로서 국내에 있었고 또 조정에 돌아와서는 범인을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담은 공식적으로는 시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드독 조순은 자기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동호의 뜻에 따랐다.것을 도리라 생각하고 그대로 뒤집어쓰고 말았다. 훗날 공자는 이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孔子曰 董狐古之良史也  書法不隱  趙宣子古之良大夫也  爲法受惡  惜也  越境乃免
동호는 옛날의 훌륭한 사관이다. 법을 따라 굽힘이 없이 직필하였다. 조선자(趙宣子=趙盾)도 훌륭한 대신이었다. 법에 따라 부끄러운 이름을 뒤집어썼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경을 넘었더라면 악명을 면할 수 있었을 터인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2년조(宣公二年條)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동호지필(董狐之筆)이다.

동호지필(董狐之筆)이란 동호의 직필(直筆)이라는 뜻으로 정직한 기록, 기록을 맡은 이가 직필하여 조금도 거리낌이 없음을 이르는 말 또는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적어 역사에 남기는 일을 말한다. 동호직필(董狐直筆)이라고도 하며 줄여서 직필(直筆)이라고도 쓴다.<꽃사진: 토레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