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포부가 남다르다는 고사성어 포부불범(抱負不凡)

박남량 narciso 2016. 10. 10. 13:37


포부가 남다르다는 고사성어 포부불범(抱負不凡)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 작품 홍루몽은 청나라 중기 건륭제 때 쓰인 중국 장편소설의 최고 걸작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두 사람 진사은((甄士隱)과 가운촌(賈雨村)에 대하여 진사은((甄士隱)은 진실한 사실을 숨긴다라는 뜻의 진사은(眞事隱)이고 가우촌(賈雨村)은 가짜언어와 속된 말이라는 의미의 假語村(가어촌)과 중국어 발음이 같다. 작가는 이 소설을 지을 때 진짜 사실을 숨기고 가짜 이야기를 남겼음을 두 인물의 이름을 통해 암시한 것이다.


진사은((甄士隱)은 비록 부유하지 않으나 현지에서는 명망 있는 집안 출신으로 사리사욕이 없고 공명(功名)에 연연하지 않는 성품이어서 매일 대나무를 심고 꽃을 감상하며 술에 곁들여 시를 읊조리고 소일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게다가 성품이 선량하여 집 근처에 가우촌(賈雨村)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기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돕곤 했다.

중추절(中秋節)에 가족 연회를 마친 진사은((甄士隱)은 하인에게 서재에 따로 상을 차리도록 분부하고는 가우촌(賈雨村)을 초대하러 갔다. 이때 가우촌(賈雨村)은 둥근 달을 바라보며 시를 읊조리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삼생(三生)의 연을 맺은 아내는 아니더라도 / 그리운 마음에 근심만 쌓여가네 / 수심이 가득하여 이마만 찌푸리니 / 떠나올 때 몇 번이나 뒤돌아보던 그 모습이여 / 돌아보니 이 내 몸은 바람 앞의 그림자 / 그 누가 있어 이 달 아래서 내게 속삭일까 / 밝은 달 너의 마음이 나와 같거든 / 먼저 내 님 있는 곳의 방을 비추어라

未卜三生願(미복삼생원) / 頻添一段愁(빈첨일단수) / 悶來時斂額(민래시렴액) / 行去幾回頭(행거기회두) / 自顧風前影(자고풍전영) / 誰堪月下儔(수감월하주) / 蟾光如有意(섬광여유의) / 先上玉人樓(선상옥인루)


가우촌(賈雨村)은 시를 읊조리고 나서 남다른 포부를 품고도 이를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고 길게 탄식하며 다시 낭랑하게 한 수를 읊기 시작했다.

玉在匵中求善價(옥재독중구선가) 釵於奩內待時飛(채어염내대시비)

"궤 속의 구슬은 가치를 알아줄 주인을 찾고 경대 속 비녀는 날아오를 때를 기다리나니"

때마침 안으로 들어오던 진사은((甄士隱)이 이를 듣고는 웃으면서 칭찬의 말을 했다.

“우촌 형은 과연 포부가 남다르구려!”

가우촌(賈雨村)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가끔 옛 시인들의 시구를 읊조릴 뿐인데 거창한 포부랄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선생께서는 무슨 바람이 불어 이곳까지 왕림하셨는지요?”

가우촌(賈雨村)이 묻자 진사은((甄士隱)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이 중추절 저녁 아닙니까. 속담에서 이르기를 중추절은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이는 정겨운 명절이라 했는데 우촌 형 홀로 적적하게 지내실 것 같아 제 방에 술상을 차려두고 이렇게 모시러 온 것입니다. 제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내치지 마십시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 작품 홍루몽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포부불범(抱負不凡)이다.

포부불범(抱負不凡)이란 포부가 남다르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