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게 친구!
글 / 서산대사
살아있는게
무언가?
숨 한번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西山大師 : 休靜 (1520 ~1604)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의 글을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入寂) 하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