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미인도(美人圖)

박남량 narciso 2017. 5. 15. 14:01

 

우리 미술관 옛그림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 ? )  미인도(美人圖)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 ? )의 미인도(美人圖)는 말 그대로 미인을 그린 그림입니다. 한국에서 미인도(美人圖)를 말한다면 일반적으로 조선 후기 화가인 신윤복(申潤福)의 미인도(美人圖)를 뜻합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선과 아름다운 채색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그림입니다.

그림을 보면 한 떨기 목련꽃 같은 아리따운 조선의 미인이 다소곳이 서 있습니다. 앳되고 청순해 보이는 얼굴, 가냘픈 어깨와 천으로 질끈 동여맨 가는 허리, 바람을 불어넣은 듯 부풀린 치마, 그리고 치마 아래로 살짝 드러난 버선발이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곱게 빗은 머리칼, 고운 이마에 초승달 같이 그려 놓은 눈썹, 맑고 투명한 눈망울, 아담하게 뻗어내린 코, 작고 도톰한 앵두 입술, 몇 가닥 흩날리는 귀밑머리, 갸름하면서도 동그스름한 턱선 등이 여성미를 한껏 풍기고 있습니다. 수줍은 듯 몸을 살짝 비튼 채 한 손으로 노리개의 옥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으로 자줏빛 옷고름을 잡고 있습니다.


제발(題跋)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盤薄胸中萬化春(반박흉중만화춘)
筆端能與物傳神(필단능여물전신)

화가의 가슴속에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의 초상화를 그려내 준다.


<인생이 그림 같다>의 손철주 작가가 이야기하는 미인도에 숨겨진 여인의 비밀입니다.

- 미인도에는 두 가지의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첫째로 이 여성은 옷을 입고 있나요? 벗고 있나요?
"지금 이 여성은 옷을 벗고 있습니다. 그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노리개를 잡고 있는 손이에요. 옷을 입을 때는 노리개를 끼워서 고름을 하겠지요. 하지만 옷을 벗을 때는 손으로 노리개를 잡지 않으면 고름을 푸는 순간 노리개가 떨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미인도에 그려진 손은 노리개를 끼우고 있는 손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게 쥐고 있는 손입니다. 그러니까 저 순간은 옷을 벗기 위해 옷고름을 푸는 순간이 맞습니다."

- 저 여성이 지금 옷을 벗고 있다면 저 여성의 앞에는 남자가 있을까? 없을까?
"명백히 아무도 없었다는 쪽에 표를 던지겠습니다. 다들 의아하게생각하시겠지요. 혜원이 그렸고 저 여성이 기생이라면 당연히 여성의 앞에 그림을 그린 혜원이 있거나 남자의 수청을 들기 위해 옷고름을 푼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림의 정서에도 맞고 타당한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뒤집는 이유는 그림과 함께 적어놓은 혜원의 제발(題跋) 때문입니다. 제발(題跋)에 반박(盤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장자(莊子)의 고사인 해의반박(解衣般礴)에서 유래되었어요. 해의반박(解衣般礴)이란 옷을 벗고 다리를 쭉 뻗은 형상을 말합니다. 예술가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표현할 때 쓰는 고사죠. 그러므로 반박이라는 말에는 옷을 벗는다는 숨은 의미까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