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함윤덕(咸允德 ? - ? ) <기려도(騎驢圖)>
함윤덕(咸允德 ? - ? )의 기려도(騎驢圖)는 뒤따르는 시동(侍童)도 없이 혼자서 당나귀를 타고 조용한 산길을 산책하는 한 선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그림입니다. 선비는 가야할 곳을 정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목표없이 서성이는 그 자체가 목적이며 즐기는 대상인 것입니다. 그리고 깍아지른 암벽과 벼랑을 타고 늘어진 넝쿨은 호젓한 산길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당나귀를 타고 있는 선비가 입고 있는 다홍색 도포는 화사해 눈길을 끄는데 지체높은 선비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림속의 선비는 챙이 넓은 쓰개 아래에 어깨까지 덮이는 풍차(風遮)를 받쳐 썼습니다. 선비의 턱수염이 바람에 휘날린 듯 앞이 많이 치켜 올라가 있습니다.
선비는 무심한 표정으로 꼬삐를 잡고 입을 다문 채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입니다. 반면에 당나귀는 먼길을 왔는지 고개를 떨군 채 힘에 겨운 모습입니다. 힘을 내 앞발을 뻗어 보지만 뒷발은 엉거주춤한 자세이며 머리를 잔뜩 땅에 처박은 채 발걸음에 기운이 없습니다. 당나귀의 커다란 귀는 물론 갈기 그리고 꼬리에 걸어 안장을 지탱해주는 밀치와 밀치끈도 보입니다.
그런데 당나귀는 곧 쓰러질 듯 위태로우면서도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당나귀를 타고 있는 선비의 머리와 당나귀의 뒷발, 앞발의 세 개 꼭지점을 그려보시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스러우면서 안정감 있는 삼각형 구도가 그려질 것입니다.
기려도(騎驢圖)라는 그림의 의미는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맹호연이나 두보의 행적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시적 세계를 흠모했던 선비들은 특히 잔설(棧雪)이 있는 이른 봄에 당나귀를 타고 산수간을 노닐며 음풍농월(吟風弄月)햇던 그들의 풍류를 소재로 즐겨 선택했습니다. 함윤덕(咸允德)은 조선 중기에 활동했던 화가입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의 화풍을 받았는지 어디서 생활하였는지 등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16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알려진 그의 유작인 기려도(騎驢圖)를 통해 그림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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