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이인문(李寅文)의 <수로한거도(樹老閑居圖)>

박남량 narciso 2017. 7. 28. 14:31


우리 미술관 옛그림

이인문(李寅文 1745-1821)  <수로한거도(樹老閑居圖)>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이인문(李寅文 1745-1821) 은 조선의 화가로 도화서의 화원이었으며 참사 벼슬을 지냈으며 그의 그림은 근대 조선화 구성의 산만함을 없애고 정연하고 아담한 구도로써 실력을 높이 평가받은 화가입니다.

이인문(李寅文)의 수로한거도(樹老閑居圖)는 울창한 고목으로 둘러싸인 집 방 안에서 한 사람이 허리띠를 풀고 팔베게를 하고 비스듬히 누운 주인이 마당의 학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학이 놀고 있습니다. 주인 뒤로 책장과 거문고도 보입니다. 허균(許筠)이 이정(李楨)에게 그려달라고 했던 그림의 풍경과 흡사한 그림입니다.

부산스런 서울의 벼슬길에서 이따금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위안이 되어주던 벗이 한바탕 소동 끝에 장안에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던져놓고 사라져 버리자 허균(許筠 1569-1618)이 그가 못내 그리워 1607년 정월 평양 가는 인편에 평양에 가 있던 화가 이정(李楨 1578-1607)에게 자신이 평소 꿈꾸던 상상 속의 공간을 그에게 그려달라고 요청하는 편지의 글입니다. 정민의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미쳐야 미친다>에서 인용하였습니다.

"큰 비단 한 묶음과 갖가지 모양의 금빛과 푸른 빛의 채단을 집 종에게 함께 부쳐 서경으로 보내네. 모름지기 산을 뒤에 두르고 시내를 앞에 둔 집을 그려주시게. 온갖 꽃과 대나무, 천 그루를 심어두고, 가운데로는 남쪽으로 마루를 터주게. 그 앞뜰을 넓게 하여 패랭이꽃과 금선화를 심어놓고 괴석과 해묵은 화분을 늘어놓아 주시게. 동편의 안방에는 휘장을 걷고 도서 천 권을 진열하여야 하네. 구리병에는 공작새의 꼬리 깃털을 꽂아 놓고 비자나무 탁자 위에는 박산 향로를 얹어 주게. 서쪽 방에는 창을 내어 애첩이 나물국을 끓여 손수 동동주를 걸러 신선로에 따르는 모습을 그려주게. 나는 방 가운데에서  보료에 기대어 누워 책을 읽고 있고 자네와 다른 한 벗은 양 옆에서 즐겁게 웃는데 두건과 비단선을 갖춰 신고 도복을 입고 있되 허리띠는 두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야 하네. 발 밖에서는 한 오리 향연이 일어나야겠지. 그리고 학 두 마리는 바위의 이끼를 쪼고 있고, 산동은 빗자루를 들고 떨어진 꽃잎을 쓸고 있어야겠네. 이러면 인생의 일이 다 갖추어진 것일세. 그림이 다 되면 이수준 공이 돌아오는 편에 부쳐주게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네."

화가 이정(李楨 1578-1607)은 세도가의 정승이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좋은 비단을 주고 술을 마음껏 마시게 하였습니다. 이정(李楨)은 취한 채 주웠다가 벌꺽 일어나더니 거침없이 붓을 놀려 그림을 그렸습니다. 솟을대문 사이로 소 두 마리가 물건을 바리바리 싣고 들어가는데 그 뒤로 두 사람이 소를 모는 형상이었습니다. "너 혼자 다 해 처먹어라. 이 자식아!" 이런 뜻이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정승이 죽이려 들었으므로 이정(李楨)은 평양으로 도망쳐 해를 넘겨 머물고 있던 차였습니다.

허균(許筠)은 부탁한 그림을 받지 못했습니다. 평양에 가 있던 이정(李楨)이 이 편지가 도착하고 나서 며칠 안 되어 갑자기 세상을 떴기 때문입니다.그의 나이 겨우 서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