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늘그막에 딸 홍임을 얻은 뒤 그린 매조도(梅鳥圖)>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입니다. 다산(茶山)의 매조도(梅鳥圖)는 두 번 그렸습니다. 한 폭은 본처에서 낳은 큰딸을 시집보내면서 비단 속치마에 그려주었습니다. 두 번째가 소실에서 홍임(紅任)이란 딸을 얻은 뒤 그린 그림으로 늘그막에 얻은 딸에 대한 애틋힌 마음을 담고 그 밑으로 칠언절구 시(詩) 한 수를 지어 써 놓은 이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실제 딸 홍임(紅任)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古枝衰朽欲成搓(고지쇠후욕성차) 擢出靑梢也放花(탁출청초야방화)
何處飛來彩翎雀(하처비래채령작) 應留一隻落天涯(응유일척낙천애)
묵은 가지 다 썩어 그루터기 되려더니
/ 푸른 가지 뻗더니만 꽃을 활짝 피웠구나
/ 어디선가 날아든 채색 깃의 작은 새는
/ 한 마리만 남아서 하늘가를 떠도네.
마르고 빈약한 매화 가지가 가냘프게 가로로 서너 개 뻗어 있고 미처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흰 매화들 사이로 활짝 핀 흰 매화 몇 송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 아래 여린 가지 끝에 초록색 깃털의 멧새 한 마리가 포로롱 하고 날아갈 듯이 날쌔게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가경(嘉慶) 계유년(1813년) 8월 19일 혜초(蕙草) 밭에 씨뿌리는 늙은이에게 주려고 자하산방에서 쓰다라는 방제(旁題)가 재미있습니다. "난초 밭에 씨뿌리는 늙은이는 바로 다산(茶山) 자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본처에서 낳은 큰딸을 시집보내면서 비단 속치마에 그려준 매조도(梅鳥圖)에 하얀 꽃망울 가득한 매화나무 가지 위에 정겹게 읹아 지저귀는 두 마리 새는 가정의 화목을 상징하고 '꽃이 이제 다 피었으니 열매도 많이 달리겠네.'라는 말은 집안의 번창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시집 가는 딸에게 전하고 싶은 아버지로서의 애틋한 마음 가득합니다.
翩翩飛鳥(편편비조) 息我庭梅(식아정매)
有烈其芳(유열기방)
惠然其來(혜연기래)
爰止爰棲(이지이루) 樂爾家室(낙이가실)
華之旣榮(화지기영) 有蕡其實(유분기실)
펄펄 나는 저 새가
/
우리 집 매화 가지에서 쉬는구나 / 꽃다운 그 향기 짙기도 하여 /
즐거이 놀려고 찾아왔도다 /
여기에 올라 깃들어 지내며 /
네 집안을 즐겁게 해 주어라 / 꽃이 이제 다 피었으니 / 열매도 많이 달리겠네
가경(嘉慶) 18년 계유 7월 14일에 열수옹(冽水翁) 다산(茶山)이 동암(東菴)에서 쓰다. 강진에서 귀양살이 한 지 여러 해가 지났을 때, 부인 홍씨가 헌 치마 여섯 폭을 보내왔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붉은 빛이 바랬다. 잘라서 첩(帖) 네 권을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고 그 나머지로 족자를 만들어 딸에게 남긴다. 嘉慶十八年 癸酉 七月十四日 冽水翁書于茶山東菴 余謫居康津之越數年 洪夫人寄敝裙六幅 歲久紅渝剪之爲四帖 以遺二子 用其餘爲小障 以遺女兒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본처에서 낳은 큰딸을 시집보내면서 그린 매조도(梅鳥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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