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이인문의 <설중방우도(雪中訪友圖)>

박남량 narciso 2016. 10. 12. 10:25


우리 미술관 옛그림

이인문(李寅文 1745-1821)  <설중방우도(雪中訪友圖)>


 

설중방우(雪中訪友) 눈 온 날에 벗을 찾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의 고송유수첩(古松流水帖)에 실린 그림입니다. 눈 쌓인 날 두 선비가 방안에 마주 앉아있습니다. 한 사람은 주인이고 한 사람은 방문객입니다. 담장밖에 동자가 주춤대는데 주인댁 동자가 팔을 들어 안내하고 있습니다. 추위에 떨던 동자는 이제 안으로 들어 추위에 언 손발을 녹일 것입니다.

낭만적 이미지 설경(雪景). 하늘을 침침하게 선염하며 눈 쌓인 부분을 모두 바탕색으로 남겨두는 화법을 유백법(留白法)이라고 합니다. 설중방우도(雪中訪友圖) 역시 이런 전통법을 따른 것입니다. 그림 속 무성하게 가지를 친 오동나무와 청록이 싱싱한 소나무 솔잎 위의 산뜻한 설경과 가지들 위로 소복소복 쌓인 눈꽃이 산뜻한 생동감을 줍니다. 유백법 때문이 아닐까요.

설중방우(雪中訪友)라는 말은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두 예술가의 이야기에서 유래됩니다. 왕휘지(王徽之 336-386)와 대규(戴逵 326-396)로 왕휘지(王徽之)는 서예가였으며 대규(戴逵)는 금(琴)을 잘 연주하고 그림도 그리는 왕휘지(王徽之)의 벗이었습니다. 왕휘지(王徽之)가 지금의 저장성 사오싱(紹興)에 머물 때입니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밤새 큰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문득 지금의 저장성 사오저우(紹州)에 살고 있는 대규(戴逵)가 생각나 찾아갔다 돌아옵니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晤本乘興而來(오본승흥이래)  興盡而返(흥진이반)  何必見戴(하필견대)
내가 원래 흥을 타고 왔다가 흥이 다해 돌아가노라. 어찌 반드시 대규를 보아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