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 신윤복의 <정변야화(井邊夜話)>

우리 미술관 옛그림

신윤복(申潤福 1758- ? )  <정변야화(井邊夜話)>

조선시대 후기에 혜원(惠園) 신윤복(申潤福 1758- ? )이 그린 풍속화를 엮은 연작 화첩인 혜원풍속도첩(惠園風俗圖帖)에 실린 그림입니다. 원래 이 화첩(畵帖)의 이름은 혜원전신첩(惠園傳神帖)이라고 합니다. 혜원전신첩(惠園傳神帖)의 주제는 기방풍속(妓房風俗)에 두 세 쌍의 행락과 남녀의 밀회(密會)가 중심입니다. 승려가 있거나 색정을 돋우는 여속(女俗), 무속(巫俗), 주막(酒幕)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유흥의 계절인 봄과 가을, 남녀의 정념을 태우기 좋은 때인 야밤풍경이 많습니다.

정변야화(井邊夜話)는 둥근달이 떠있는 어스름 달밤에 우물가에서 젊은 여인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림입니다. 한 여인은 우물가에 앉아 두레박 줄을 잡고 있습니다. 서 있는 여자는 오른손을 턱에 괴고 무슨 고민이 있는 듯한 눈치입니다. 물을 길러 온 두 여인의 대화 속에는 무슨 심각한 사연이 있음직합니다. 돌담 뒤에서 음흉한 양반이 두 여인을 몰래 훔쳐고 있습니다. 달이 걸린 나무에는  앵두꽃인지 복사꽃인지 붉은 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림에 두 여인은 행주치마를 두르고 있습니다. 똬리를 머리에 얹고 있는 여인은 흰색 저고리, 녹색 저고리, 저고리 고름만 자주색일뿐 다른 장식이 전혀 없습니다. 또 신은 모두 짚신입니다. 초라한 옷색으로 보아 양반집 여인은 아닙니다. 혜원(惠園) 신윤복(申潤福)의 그림을 추정해 보면 고민이 있는 듯이 턱을 괴고 있는 여인과 돌담 뒤의 남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고민을 나누는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