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의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1806 )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의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는 정조대왕(正祖大王 1752-1800)이 1796년 생부(生父)인 사도세자(思悼世子)로 불리는 장헌세자(莊獻世子 1735-1762)와 생모(生母) 혜경궁(惠慶宮) 홍씨(洪氏)의 회갑(回甲)을 맞이하여 현륭원(顯隆園)이 있는 화성(華城 지금의 수원)으로 혜경궁(惠慶宮)을 모시고 행차한 뒤 성대한 잔치를 열면서 거행하였던 일련의 행사를 여덟 폭에 담은 기록화인 화성능행도병(華城陵幸圖屛) 중의 한 장면입니다. 화성능행도(華城陵幸圖)는 김홍도(金弘道), 이인문(李寅文), 김득신(金得臣), 김득현(金得賢) 등 많은 화원(畵員)들이 참여하여 집단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기록화 병풍인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는 정조(正祖)가 현륭원(顯隆園)에서 사도세자(思悼世子)를 성묘하고 같은 해에 회갑(回甲)인 혜경궁(惠慶宮) 홍씨(洪氏)에게 진찬례(進饌禮)를 올린 다음 화성(華城)에서의 모든 행사를 끝마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육천여 명의 인원과 천사백여 필의 말이 동원된 대규모 행렬을 지그재그로 늘어 놓아 한 화면에서 그 전모를 볼 수가 있어 화면의 구성이 압도적입니다.

이 그림에는 특이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들병이'라고 불리는 여인과 나무판을 들고 다니며 장사하는 소년 두 명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의 위쪽에 화성행궁(華城行宮)을 출발하여 한양으로 올라오다가 하룻밤 묵을 시흥행궁(始興行宮) 앞에 도착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이 그림(아래 그림)을 보면 위와 아래에 장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위 오론쪽에 술을 파는 천막이 두 개가 있습니다. 아래 오른쪽에도 술파는 천막이 있고 그 왼쪽에는 천막 없이 뙤약볕에서 잔술을 파는 여인의 모습이 세 명이 그려져 있습니다. 들판에서 술을 판다하여 이 여인들을 '들병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년 두 명이 나무판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그림에 나무판에 노란색 물건이 자세히 그려져 있는데 여러 음식 전문가들이 이것은 엿이나 과자가 아니라 떡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영화 또는 드라마에 보면 임금님 행차 때는 길을 가던 백성들이 길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한 것처럼 꾸며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잔술을 파는 여인과 나무판을 들고 다니며 장사하는 소년을 보면 백성들이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