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의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

박남량 narciso 2016. 6. 16. 13:55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

앙상한 가지만 남은 잡목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숲, 나무 뒤에 둥근 달이 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개울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소림명월(疎林明月)! 풀이하면 "성긴 숲에 걸린 밝은 달"이란 뜻입니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숲에서 달 뜨는 걸 본 사람은 나무와 달이 연출하는 소슬한 적막감을 알 것입니다. 이 그림은 나무와 달만이 등장하는 그림입니다. 달은 화폭의 중앙에 그려져 있습니다. 나무들 역시 중앙에 그려져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

나뭇잎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잡목들. 아무렇게나 자란 잡목들이 적막하면서도 쓸쓸합니다. 가난한 숲입니다. 이런 가난한 숲에도 달은 뜨는가. 고목이 멋들어진 곳에만 달이 뜨는 것이 아닙니다. 내버려둔 채 가꾼 흔적이라곤 전혀 없는 잡목들을 위로하듯이 쟁반 같이 둥근 달이 떳습니다. 허리춤에 걸린 저 달이 없다면 나무의 일생은 고단했겠습니다. 헐벗은 수풀이 달이 있어 은총입니다.

조선시대 그림에는 달이 등장하는 그림이 몇몇 있습니다. 남리(南里) 김두량(金斗樑 1696-1763)의 월야산수도(月夜山水圖)에서는 깊은 계곡에 보름달이 떠 있고, 남녀의 밀애를 그린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의 월하의 정인(月下情人)에는 초승달이 떠 있습니다.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송석원시사야연도(松石園詩社夜宴圖)에서는 보름달이 시(詩) 짓는 문인들의 모임을 보름달이 비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