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송곳은 끝부터 들어간다
어느 마을 부잣집에 양치는 목동이 있었다. 목동은 양을 치고 젖을 짜기도 했으며 사나운 늑대들이 양을 잡아먹는 것을 지키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어느 날 목동을 불러놓고 주인이 말했다. 『얘야, 앞으로 한달 후에 우리집에서 큰 잔치가 벌어질 것이니 양 젖을 짜놓아라!』
목동은 다음날부터 젖을 짜기 시작했다. 젖을 짜는 일은 피곤한 일이었다. 젖을 짤 때 고개를 숙여야 하는 불편도 따랐지만 고개를 숙일 때 고약한 양은 젖 짜는 목동의 얼굴을 발로 차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목동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날마다 양젖을 짜는 것은 피곤한 일이야. 젖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러니 가만 두었다가 잔치를 하기 전에 젖을 짜면 매우 신선한 우유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또 일도 고되지 않으니 일석이조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목동은 들에 나가 열심히 꼴을 먹일 뿐 젖을 짜지는 않았다. 심지어는 새끼 양들이 젖 먹는 것까지 금했다.
젖을 짜지 않고 놓아둔다면 양의 뱃속에 많은 젖이 고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이틀 그리고 또 여러 날이 지나갔다. 이제 이틀만 더 있으면 잔칫날이었고 주인은 목동을 불러 말했다.
『양젖은 많이 짜 놓았느냐?』 『네!』
목동은 태연스럽게 대답했다. 양젖을 한 방울도 짜 놓지 않았는데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우리집에서 큰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그러니 손님들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양젖을 준비해 놓아라.』
목동은 큰 소리로 대답하고 물러나왔다. 『자! 지금부터 젖을 짜야지.』
목동은 큰 그릇을 준비하여 양젖을 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양의 뱃속에 많은 젖이 고여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젖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목동의 이마에선 비오듯 땀이 쏟아졌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순서와 격식을 어기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필연적으로 해야하는 과정이 있다.
속담을 찾아보면 아무리 바빠도 송곳은 끝부터 들어간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매어 쓰지 못한다. 급하기는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 급하다고 갓쓰고 똥 싸랴. 급하면 콩 마당에 서슬치겠다. 급하면 콩 마당에 간수치랴.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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