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목욕시켜도 희어지지 않는다
옛날 어느 마을에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여든 살이 된 아버지를 극진히 보살피는 효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연로하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들은 집 한쪽에 7층으로 된 석탑을 쌓고 아버지의 유골을 그곳에 넣은 채 매일 그곳에 나가 슬피 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부터 식사도 하지 않았기에 몸은 바짝 마르고 얼굴은 수척해져 갔다.
이 사람에게는 수자타라는 아들이 있었다. 수자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아버지가 몹시 여위어 가자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위로해 드릴 방법을 찾았지만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몹시 안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수자타는 죽은 소가 묻힌 무덤으로 가서 그 앞에 풀을 쌓아 놓고는 죽은 소에게 어서 일어나서 풀을 먹으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며칠이 지나자 수자타가 미쳤다고 수근거렸다.
구경하던 마을 사람 하나가 이 사실을 수자타의 아버지에게 가서 말했다. 『지금 수자타가 죽은 소의 무덤에 풀을 쌓아놓고 죽은 소에게 어서 일어나 풀을 먹으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수자타가 이상하니 빨리 가 보십시오.』
수자타의 아버지는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얘야, 이 소는 죽은 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 어찌 일어나서 풀을 먹을 수 있단 말이냐?』
그러자 수자타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버지 이 소의 목숨이 끊겼다고 하나 머리와 꼬리가 그냥 남아 있고 뼈가 있습니다. 그러니 머지 않아 일어날 것입니다.』
그제사 수자타의 아버지는 깨달았다. 『오, 나의 아들 수자타야, 네가 나에게 깨우침을 주었구나. 이제는 너의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지만은 않겠다.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수자타의 아버지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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