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아교풀로 고착시키면 한 가지 소리 밖에 나지 않는다

박남량 narciso 2006. 4. 22. 09:30

 

 

아교풀로 고착시키면 한 가지 소리 밖에 나지 않는다

 

 




         조나라의 

         명장 조사의 아들에 괄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병서에 밝아 가끔

         아버지와 용병에 관하여 토론을 하면

         아버지가 이론이 몰리곤 하였습니다

         조사의 부인이 아들이 총명한 것을 보고

         장군의 집에 장군이 났다며 기뻐하자

         조사는 부인에게 이렇게 타일렀습니다.

         전쟁이란 죽고 사는 마당이다.

         이론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철없이 이론만 가지고

         가볍게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은

         장수로서 가장 삼가야 할 일이다.

         앞으로 괄이 대장이 되는 날

         조나라는 망하는 변을 당하게 될 것이다.

         부디 대장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그 뒤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략해 왔습니다.

         명장 염파가 나가 싸웠으나 자주 불리하였습니다.

         힘이 모자라 진지를 굳게 다지고

         방어에만 힘을 썼습니다.

         진나라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어

         성안으로 간첩을 보내

         진나라 사람들은 조사의 아들 조괄이

         대장이 되면 어쩌나 하고 겁을 먹고 있다.

         명장 염파는 늙어서 싸움을 회피만 하기 때문에

         조금도 두렵지가 않다.

         하면서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간첩의 헛소문에 조나라 왕은 명장 염파 대신에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하려 하였습니다.

         그때 인상어가 이렇게 반대하였습니다.


        王以命使括
(왕이명사괄)

        若膠柱而鼓瑟耳
(약교주이고슬이)

        括徒能讀耳父書傳
(괄도능독이부서전)

        不知合變也
(부지합변야)


         임금께서 이름만 듣고 조괄을 쓰려 하시는 것은

         마치 기둥을 아교를 붙여 두고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괄은 한갖 그의 아버지가 전해 준 책을 읽었을 뿐

         때에 맞추어 변통할 줄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임금은 인상여의 말을 듣지 않고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조괄은 대장이 되는 그날로 

         자기가 알고 있는 병서의 가르침에 따라

         전부터 내려오는 군령들을 모두 뜯어 고쳤습니다.

         그리고 참모들이 말하는 작전의견을 

         반박하면서 자기주장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이리하여 실전경험이 없는 조괄은
 
         이론만의 작전을 감행한 끝에

         사십만 대군을 전부 죽여버리는

         중국 역사상 최대최악의 참패를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膠柱鼓瑟
(교주고슬)입니다.


         교주고슬이란

         비파나 거문고의 기둥을 아교풀로 고착시키면

         한 가지 소리밖에 나지 않는 것처럼

         변통성이 없는 소견을 비유하는 말로서

         고집불통인 사람을 보고 교주고슬이라고 합니다.

         한 번 무슨 일에 성공했다 해서 

         언제나 그 방법을 성공하는 길인 줄 알고

         때와 장소에 따라 뜯어 고칠 줄을 모르면

         영영 다시는 성공의 가망이 없는 것입니다.

         학벌이나 지식을 뽐내는 애송이 상관을 모시는

         실제 경험자들의 고충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