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신앙인의 자리

박남량 narciso 2013. 11. 21. 08:57

 

신앙인의 자리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따금 이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본당 안에서는 신앙인이지만 밖에 나가면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이 되어 버리는 경우를 스스로도 체험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또 반복하는 것을 보면
언제나 부족한 것이 많은 인간임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뭔가 실천하려고 생각하고 실행하다가 보면
많은 유혹에 직면하게 됩니다.

흰 옷이 쉬이 때 타는 것처럼 뭔가 하려고만 하면 막아서는 것이 참으로 많고
그러다 보면 처음의 결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러면서 신앙을 지켜나간 성인들과 순교자들은
참으로 대단한 분이셨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신앙인이 서 있는 곳은 세상의 모든 곳입니다.
거기에 서 있는 이유는 우리가 믿는 것을 살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함입니다.

단순히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보는 자리에서도 신앙인으로 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몫인데

때로는 매우 한정적인 곳에서만 신앙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소위 말하는 '신앙인 흉내내기'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감사할 것은
이런 부족한 이들을 주님께서는 끝까지 믿어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약하고 부족해도 그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드릴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진실한 신앙인이자 부끄럽지 않은 자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그분께 사랑받고 있습니다.








생활성서/소금항아리/201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