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세상은 끊임없이 혼돈과 질서의 스펙트럼 위에서 움직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12. 15. 17:29


세상은 끊임없이 혼돈과 질서의 스펙트럼 위에서 움직입니다



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소오나 비구는 쉬지 않고 선정(禪定)을 닦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ㅜ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정진하는 출가 수행자를 가리키는 성문(聲聞) 중에 나도 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번뇌를 다하지 못했다. 애를 써도 이루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집에 돌아가 보시를 행하면서 복을 짓는 편이 낫지 않을까?"

부처님은 소오나의 마음을 살펴 알고 한 비구를 시켜 그를 불러오도록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소오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오나야, 너는 세속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다지?"

"네, 그렇습니다."

"네가 거문고를 탈 때 만약 그 줄을 너무 조이면 어떻더냐?"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었을 때는 또 어떻더냐?"

"그때도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거나 조이지 않고 알맞게 잘 골라야만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납니다."

"그렇다. 너의 공부도 그와 같다. 정진할 때  너무 조급히 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슨하면 게으르게 된다. 그러므로 알맞게 하여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放逸)하지도 말아라."

소오나는 이때부터 항상 거문고 타는 비유를 생각하면서 정진하였습니다. 그는 오래지 않아 번뇌가 다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어 아라한(阿羅漢)이 되었습니다.


잡아함경(雜阿含經)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는 이 경전을 통해 부처님과 여러 제자들의 인간적인 아주 소박한 마음과 불교사상의 원초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거문고 줄을 너무 조이거나 늦추지 말라는 내용의 글입니다.

안정과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유연성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려면 질서와 혼돈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질서만 있으면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혼돈만 있으면 발밑의 땅이 꺼져버립니다. 모든 일에는 혼돈과 질서가 늘 절묘한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도 질서에 대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품위 있고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1코린 14,40) 현명한 통치자는 그 백성을 잘 가르치고 지혜로운 사람의 통치에는 질서가 있다. (집회 10,1)<건물 안에서 바라본 부산광역시 기장군 대변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