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설화

사랑하는 임을 향하여 피는 매화

박남량 narciso 2007. 3. 5. 12:39


사랑하는 임을 향하여 피는 매화
 

이 세상에는
우리가 다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꽃들이
말없이 자기자리를 지키며 피어 있습니다.
꽃은 어떠한 마음으로 침묵하고 있을까요.



매화 같이
사랑하는 임을 향하여 피고 있을까요.
향기와 나무의 자태로 널리 사랑받는
매화의 이야기를 실어 봅니다.



전국의 유명한 절을 찾아 다니던
어느 부자가 선비를 만나 함께
불공을 드리러 다녔습니다.
부자와 선비는 정이 듬뿍 들어
헤어질 때에는 몹시 서운했습니다.
「우리 자주 만나고 친형제처럼 지냅시다」
부자가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 뜻에서 제 딸을 드리겠습니다.
아드님이 한 분 계신다고 하셨죠.
제 딸을 며느리로 삼으면 어떨런지」
「그럼 우리는 사돈 지간이 되겠군요」
서로의 자식에게
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기로 약속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선비가 집에 오니
아들이 병들어 죽었다는 것입니다.
선비는 아들을 읽은 슬픔에
날마다 한숨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혼인을 맺기로 한
부자의 딸이 찾아 온 것입니다.



선비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러하니 없던 일로 하고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라」 면서
부잣집의 딸을 돌려 보내려니
부잣집 딸이 말하길
「아니옵니다. 이미 두 분의 아버님께서
정해 준 낭군이 있습니다.
비록 낭군이 죽었다 해서
마음을 돌릴 수 없으며 평생 먼저 간
낭군을 그리면서 시부모님을 모시겠습니다」
여러 차례 말렸으나
결국 며느리로 맞아들였습니다.



오래지 않아 지극 정성으로 모시던
시부모도 세상을 떠나고
며느리 혼자만 남았습니다.
며느리는 스스로 머리를 깍고
남편이 생전에 심어 놓은 매화나무 곁에
암자를 짓고 중이되었습니다.



봄이 되자 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며느리는 꽃을 보면서
「너를 심은 임은 가고 없건만
너 홀로 피어서 향기를 뿜는구나.
너를 보고 있자면 슬픔을 달랠 길이 없으니
이제는 그만 피어도 좋으련만...」



해가 바뀌어 다시 봄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화가 피지를 않았습니다.
매화가 피지 않으니 더욱 서글퍼
며느리는 탄식을 하였습니다.
「꽃을 피우려마 매화야.
네가 있는 동안은 낭군을 보듯 바라보리라」
매화는 다음해 봄부터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군요.

 



임을 향하여 피는 매화의
꽃말은 결백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