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설화

매화 와 휘파람새

박남량 narciso 2007. 3. 6. 11:02


매화 와 휘파람새

매화는 다섯 장의 순결한 백색 꽃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입니다.
그 모습이
애처롭고 은은한 향기를 지녔습니다.
그러나 꽃이 피면
오래도록 매달려 있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기도 합니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매화 또한 덧없이 피었다가 지고 마는 것이
미인의 모습 같다고 하여
옛 시가에서는
미인에 곧잘 비유되곤 합니다.
절개의 상징인 매화와 댓잎을
비녀에 새긴 것이 매화잠(梅花粧) 입니다.
머리에 꽂아 일부종사의 미덕을
언제나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축일에 부녀자가 머리에 매화를
장식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매화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시인묵객들의 소재로 즐겨 다루어졌습니다




매화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고려때 어느 산골 마을에
한 도공이 살았습니다.
도공에게는 예쁜 약혼녀가 있었는데
혼인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혼인을 사흘 앞둔 어느 날 약혼녀가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비통에 빠진 도공은 매일 같이
그녀의 무덤 옆을 지키며
못잊어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덤 가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피었습니다.



도공은 이를 기이하게 생각하던 끝에
그것이 죽은 약혼녀의 넋이라 생각하고
매화나무를 자기 집에 옮겨 심고
그 나무를 가꾸는 일을 더 없는
즐거움으로 여기며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그러나 약혼녀가 죽은 뒤부터는
일이 손에 잘 잡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만드는 그릇마다 찌그러져
잘 팔리지도 않아 도공의 생활은
가난을 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려운 생활이었음에도 매화나무를
돌보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매화나무는 제법 커다란 거목으로 자랐고
도공 또한 백발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 매화나무를
누가 돌봐 준단 말인가?
도공의 걱정이 날로 더해가던 어느 날
아무도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는
도공의 집 대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문은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의 그림자는 온데 간데 없고
도공이 앉아서 그릇을 만들던 자리에
예쁜 질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릇의 뚜껑을 열자
그 속에서 휘파람새 한 마리가 날아갔습니다.
노인이 죽어서 휘파람새가 된 것입니다.



지금도 매화 꽃에
휘파람새가 따라다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