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비록 잘생겼다 해도 마음가짐과 학술이 약하면 소인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6. 6. 6. 14:07


비록 잘생겼다 해도 마음가짐과 학술이 약하면 소인입니다


요(堯)임금은 장신인데 순(舜)임금은 단신이고 문왕(文王)은 장신인데 주공(周公)은 단신이었습니다. 위(魏)나라 때 공손여(公孫呂)라는 사람은 얼굴이 매우 길어 석 자나 되는데 그 폭은 매우 좁아 세 치밖에 안 되고, 그 속에 눈,코, 귀가 갖추어진 기형이었으나 대단한 인물로서 이름을 천하에 날렸습니다.

초(楚)나라 손숙오(孫叔熬)는 툭 튀어나온 대머리에 왼발이 더 길고 기형이었으나 초(楚)나라를 패자(覇者)가 되게 하였습니다. 또한 초(楚)나라의 섭공자고(葉公子高)는 가늘고 작은 단구척신(短軀瘠身)으로서 걸어다니는 데 그 옷의 무게를 이겨 내지 못할 것 같은 약골이었습니다.

그런데 백공(白公)의 반란이 일어나자 재상(令尹)이었던 자서(子西)나 사마(司馬)였던 자기(子期)는 모두 반란군에 살해됐었는데도 섭공자고(葉公子高)는 서울로 들어와 초(楚)나라의 권세를 장악하고 백공(白公)을 벌하여 초(楚)나라를 안정시키기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해냈다.


공자(孔子)의 모습은 키가 장신인데다 그 얼굴은 마귀 쫓을 때 쓰는 가면처럼 우습게 생겼고, 주공(周公)의 형상은 고목 같은 꼽추이며, 고요(皐陶)의 형상은 안색이 껍질 벗겨 낸 오이 같은 청록색이고, 굉요(閎夭)의 형상은 그 얼굴에 온통 털이 나서 살결을 볼 수 없으며, 이윤(伊尹)은 얼굴에 수염과 눈썹이 없었고, 우임금은 절름발이처럼 뛰어다녔으며, 탕(湯)임금은 반신불수였지만 모두가 마음이 바르고 덕이 높았기 대문에 후세에까지 존경되고 있다.

반면에 걸(桀)과 주(紂)는 모습이 장대하고 아름답고 호남으로 천하에 뛰어났고, 근력은 백 사람에게 필적하는 자들이었지만 후세 사람들은 그들을 악의 표본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용모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견문이 좁고 논의가 비열한 데 말미암은 것이다. 그러니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형상을 취하는 것과 지의를 취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옳다고 생각할 것인가? 사람의 상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옛 성인이 무시한 바이고 학문하는 사람이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순자(荀子 BC298-BC238) 비상편(非相篇)에 실린 내용입니다. 용모와 골격을 보고 점치는 것은 마음을 논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마음을 논하는 것은 실천의 근거가 되는 학술을 선택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학술이 올바르고 마음이 종순하면 형상이 비록 추악하다 해도 군자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형상이 비록 잘 생겼다 해도 마음가짐과 학술이 약하면 소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였습니다.

얼굴은 실로 하나의 세계입니다. 얼굴은 자신의 내면을 전달하는 신비로운 통로이며 내부를 비치는 거울입니다. 거기에는 다른 어떠한 것을 덧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의도하여 꾸미거나 억지스럽게 만들어내지 않아도 얼굴은 표정이 되어대면하고 내면을 전달하고 소통을 이룹니다. 되레 억지스런 얼굴은 진정한 소통을 막아 버리고 얼굴에서 열리는 세계는 다욱 낯선 자리로 흘러갑니다.

발자크의 짧은 말이 실감이 갑니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다.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성경에도 진리의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꿰뚫어 보시지"(묵시 2,23) 얼굴이나 인간의 드러나는 것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