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분노(憤怒)는 치유 과정의 필수 단계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6. 4. 1. 11:26


분노(憤怒)는 치유 과정의 필수 단계입니다


히더 부인은 열여섯 살 나이의 딸이 죽었을 때 인생의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딸아이의 생명을 거두어 버린 신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딸아이가 투병중일 때 큰 의지가 되어주었던 교우들도 그녀의 분노를 감당하기 버거웠습니다.

기도에 응답받지 못한 그녀는 하느님은 기도에 응답하시는 분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 너무 심하게 화를 내는 것에 대해 교우들이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제할 수 없었습니다.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히더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지 않도록 조심해요."

그 말에 히더 부인은 더욱 격분하며 반박했습니다.
"하느님이 어쩌실까요? 내 딸을 데려갔지 않았나요? 또 어떻게 하실까요? 이젠 날 데려갈까요? 그거 괜찮겠군요. 여기보단 내 딸아이가 있는 곳이 더 낫겠어요."

친구는 무릎을 꿇으며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우리 회개하고 용서를 구해요."

그 순간 히더 부인은 친구들을 남겨두고 냉담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분노 단계를 빨리 지나가게 하려고 재촉할수록 그 사람과의 사이가 더욱 멀어질 뿐입니다. 오늘날 신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과 그의 역할에 대해 종종 궁금해 하기 때문입니다.

슬픔의 다섯 단계가 있습니다. 부정 ▶ 분노 ▶ 타협 ▶ 절망 ▶ 수용입니다. 슬픔의 첫 단계는 우리가 상실에서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인생이 무의미해지고 감당할 수 없도록 충격과 부정의 상태에 머물게 됩니다. 슬픔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 시작되면서 모든 감정들이 분노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분노는 막을 능력이 없지만 상실을 막을 수 없었던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수업>에 실린 글을 옮겨 나눔을 갖습니다. 한 성직자가 상실의 비탄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것이 자신의 목표 중의 하나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때로 우리는 누군가 죽고 나면 곧바로 장례식을 거행해주는 훌륭한 일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그 상실로 인해 하루하루를 슬픔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셨으면 합니다. 분노를 있는 그대로 느끼며 터놓고 말하다 보면 여러분의 분노를 감당하실 만큼 강인하고 당신에게 동정과 사랑을 베푸시는 강한 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여러분이 화를 내고 있는 중에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