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을 좋아한 사람들
청초한 자태를 보이며 함초롬히 피어있는 옛날부터 사랑받아 온 복사꽃 짧은 순간이지만 아름다운 순간 아름다운 향기를 담았는데 좀 오래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꽃향기의 여운이 가장 예쁘게 핀 그 모습에 눈길을 한번이라도 더 주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사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그래서인지 복사꽃도 시를 읊게 하였는가 보다.
복사꽃
할 일이 하도 많아 입 다물어 버렸습니다.
눈꽃처럼 만발한 복사꽃은 오래 가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
가세요, 그대 떨어지는 꽃잎처럼 가볍게, 연습이듯 가세요.
꽃진 자리 열매 맺히는 건 당신은 가도 마음은 남아있다는 우리 사랑의 정표겠지요
내 눈에서 그대 모습 사라지면 그때부터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온전히 받아 내 스스로 온몸 달구는 이 다음 사랑을....
이정하 시인의 글이다. 시인 이정하는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고교시절부터 각종 문예 콩쿠르에 입상하는 등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고 한다.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이후 시집외 산문집 다수가 있다.
꽃빛 꽃빛 복사꽃빛
꽃빛 꽃빛 복사꽃빛이라면 네 두 볼에 끼친 요런 빛이런가.
꽃빛 꽃빛 복사꽃빛이라면 네 땀이슬 맺힌 도도한 가슴의 차마 눈뜨고는 못 볼 그 빛이런가.
꽃빛 꽃빛 복사꽃빛 어리는 도화수 아직 시린 물가에서 네 치마에 어디에 함부로 쏟는 도화주 후끈한 술이여,
桃色이라고 했거니 자물쓴다고 했거니 그렇게 질탕한 것도 그만 무릉과 이승간의 꽃빛 탓이거니
꽃빛 꽃빛 복사꽃빛의 하룻날, 저렇게 꽃잎은 지고 풀풀 지고 저렇게 나비는 날고 활활 날고
너와 나는 우련우련하여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곡지통으로 가는 봄날을 말릴 일이거나. 서로를 또 한번 훔친다거나.
고재종 시인의 글이다. 시인 고재종은 전남 담양 출생으로 고향에서 농사일에 종사하면서 문학활동을 하였으며 농촌생활의 정경을 시로 보여줌으로써 농촌시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외 수필집 다수가 있다.
복사꽃 필 때면
어디선가 그대가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언제나 설레임일 수 있었다 천천히 다가왔다가 돌아가는 너의 低音.
갈잎이 서걱일 때면 안부를 묻고 싶어서 밤 내내 접어서 띄우던 종이배 지금은 어느 강가의 풀꽃으로 피었을까.
내가 훔쳐 가진 너의 이쁜 열쇠 하나 그러나 열어보지 못한 그대 가슴의 이야기 복사꽃 화안히 필 때면 못 견디게 그리워라.
먼 기억 속에서 걸어오는 한 사람의 그림자 윤회의 좁은 길을 오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꾸만 눈에 밟히어 돌아 돌아 보인다.
전원범 시인의 시조이다. 전원범 시인은 전북 고창 출생으로 시조집 걸어가는 나무가 대표작이다.
아름다운 꽃은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그 이름을 다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꽃들이 제각각 말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피어 있다. 생김새는 물론 꽃이 피고 지는 시기는 다르지만 온 세상을 밝히는 마음의 빛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