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깃발이 펄럭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한 것입니다
중국 당 시대에 헤능(慧能)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한번은 그가 광주라는 땅에 있는 법성사로 불경을 강독하는 강경(講經)을 들으러 갔다. 그가 도착하자 마침 모든 스님들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강경을 듣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불상 앞에 걸려 있던 깃발이 펄럭였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두 스님이 그것을 보고 다투기 시작했다.
한 스님이 말했다. “저기 보게, 저 깃발이 펄럭이는 걸.” 그러자 다른 스님이 말했다. “틀렸어. 깃발이 펄럭이는 게 아니라 바람이 부는 거야.”
두 사람은 쉬지 않고 논쟁을 했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혜능이 조용히 말했다. “바람이 분 것도 아니고 깃발이 펄럭인 것도 아닙니다. 당신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지요.”
불교(佛敎)는 부처님이 설법한 교리와 이론을 탐구하여서 진리를 깨닫는 敎宗(화엄종)과 참선을 통해 자기 내면에서 진리를 찾는 禪宗(조계종), 이렇게 두 갈래로 종파가 나뉩니다. 선종(禪宗)은 이론이나 철학 체계에 의지하지 않고 불법의 정도를 구하는 구도자의 진리 체험을 중시합니다. 혜능(慧能)은 중국 선종의 기풍을 완성한 고승입니다. 바람이 불고 깃발이 펄럭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 의식의 소산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은 부는 것도 아니고 불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공기의 유동일 뿐입니다. 깃발 역시 펄럭이는 것도 아니고 펄럭이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바람의 흐름에 따를 뿐입니다. 이런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보며 우리는 바람이 분다고도 하고 깃발이 펄럭인다고도 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인간의 의식이 그렇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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