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설화

민간신앙의 의미가 있는 봉선화 물들이기

박남량 narciso 2008. 2. 29. 10:06


민간신앙의 의미가 있는 봉선화 물들이기



꽃말이 나를 건드리지 말라라는 꽃
정원에 흔히 심는 관상용 화초 봉선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다정한 꽃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이
망국의 한을 노래하던 꽃이기도 합니다.
봉선화 꽃은 손톱 물들이기가 생각나는 꽃으로
그 풍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봉선화 물들이기는
귀신�는 무당의 손톱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따르면
봉선화가 붉어지면 그 잎을 쪼아 백반을 섞어
손톱에 싸고
사나흘 밤만 지나면 붉은 빛이 든다하고
무당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봉선화물을 들여주는 이유는
예쁘게 보이려는 것보다
병마를 막기위한 것이었다고 전해져 옵니다.
이 풍속은 손톱을 아름답게 하려는
여인의 마음과 아울러
붉은 빛이 벽사의 뜻이 있으므로
악귀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민간신앙의 의미도 있습니다.



전해오는 속설에
8월에 봉선화 물들이기를 하는
시누이의 집에 시집가면 시집살이를 하고
손톱의 봉선화물이
첫눈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성공한다고 합니다.
물들이기의 방법은
꽃과 함께 잎을 조금 따서
돌이나 그릇에 놓고 백반을 조금 넣어 찧습니다.
이것을 손톱에 붙인 뒤 헝�으로 싸고
실로 총총 감아 하룻밤을 자고 난
다음날 헝겊을 풀어보면
원하는 빛깔이 손톱에 물들게 됩니다.



재미있는 설화가 있습니다.
고려 충선왕은 몽골에서 보내온 공주보다
조비를 더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충선왕은 고려를 지배하던 몽골의
미움을 받아 왕위를 내놓고 몽골로 불려갔습니다.
어느 날 충선왕은
한 소녀가 자기를 위해 가야금을 타고 있는 꿈을
꾸었는데 소녀의 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왕은 하도 기이한 꿈이라
궁궐 안에 있는 궁녀를 조사해 보니
한 소녀가
손가락을 흰 헝�으로 동여매고 있었습니다.



왕이 소녀의 신분을 물어보니
그녀의 아버지가 충선왕을 섬기는
극진파라 하여 관직에서 �겨나고
자기는 공녀로 오게 되었다 하면서
충선왕에게 들려 드리려고
준비한 가락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왕께서 반드시 성공하여 고국에 돌아가라는
노래에 붙인 가야금 가락이었습니다.
왕은 그 노래에 감명하여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뜻을 품고
원나라 무종이 왕위에 오를 때 도와준 공으로
고려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몽골에서 돌아와 다시 왕위에 오른 뒤에
그 소녀를 불러오려 하였으나
그녀는 이미 죽은 후였습니다.
왕은 소녀의 정을 기리는 뜻에서
궁궐 뜰 앞에 많은 봉선화를 심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