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머리를 숙이고 진심으로 자신을 낮춘다는 고사성어 저수하심(低首下心)

박남량 narciso 2018. 1. 11. 15:01


머리를 숙이고 진심으로 자신을 낮춘다는 고사성어 저수하심(低首下心)



한유(韓兪)는 당(唐)나라 중엽의 사람으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그는 문학에 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부시랑(吏部侍郞)까지 지낸 정치가이다. 그는 유학자답게 불교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헌종(獻宗)이 부처님 사리를 대궐에 들여 놓으려 하자 논불골표(論佛骨表)를 써 올리며 신랄하게 반대하였다.

헌종(獻宗)의 노여움을 사 사형에 처해질 운명이었으나 주위에서 모두 나서서 구명운동을 펼친 결과 헌종(獻宗)의 노여움이 풀려 목숨을 건진 한유(韓兪)는 조주자사(潮州刺史)로 좌천되는 정치적 비운을 겪게 된다. 한유(韓兪)는 조정에서 신경쓰는 것보다 지방관 생활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임지에 도착해 보니 참으로 예상 밖의 골치 아픈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골짜기에 악어 떼가 서식하고 있어서 그로 인한 피해와 불편이 여간 아닙니다. 불시에 덤벼들어 가축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명까지 해치곤 합니다. 그 때문에 인심이 흉흉하고 모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조주(潮州)의 현지 하급 관리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한유(韓兪)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신임 목민관으로서 백성들의 그런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한유(韓兪)는 제악어문(祭鰐漁文)이란 글을 썼다.

제악어문(祭鰐漁文)이란 악어들에 대한 경고문으로서 일 주일 동안의 여유를 줄 테니 남쪽 바다로 가서 살 것이며, 만약 듣지 않는 경우에는 명사수를 동원하여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刺史雖駑若 亦安鰐魚  低首下心(자사수노약 역안악어 저수하심)  자사가 비록 어리석고 약하나 어찌 악어를 위해 머리를 낮추고 마음을 아래로 하여 듣겠는가."

한유(韓兪)는 관원들에게 제악어문(祭鰐漁文)을 주면서 태연히 명했다.

"이 제문을 골짜기 입구에 갖다 붙여서 악어들이 잘 보도록 하라."

관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불호령을 맞고는 제악어문(祭鰐漁文)을 들고 허둥지둥 달려갔다.


한유(韓兪)의 제악어문(祭鰐漁文)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저수하심(低首下心)이다.

저수하심(低首下心)이란 머리를 낮게 하고 마음을 아래로 향하게 한다는 뜻으로, 남에게 머리를 숙여 복종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부산국가지질공원(두송반도 해안가 퇴적암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