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누워 있는 호랑이라는 와호(臥虎)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6. 5. 16:24


누워 있는 호랑이라는 와호(臥虎)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더듬어보면 한 나라가 부강하고 융성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훌륭해야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옳은 일에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소신있는 신하가 군주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한(漢)나라 때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소신있는 신하가 있었습니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이야기로 강직하여 굴(屈)하지 않는 현령(縣令)이라는 뜻으로 강항령(强項令)이라 불리기도 하는 동선(董宣)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진류군 어현 사람으로 광무제(光武帝) 때 낙양의 장관이 되었습니다. 당시 세력이 강한 호족들은 도읍인 낙양(洛陽)을 뒤흔들고 지방 관리들은 그들의 횡포를 그저 숨을 죽인 채 보고만 있었습니다. 동선(董宣)이 부임하자마자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때 광무제(光武帝)의 누나인 호양공주(湖陽公主)의 하인이 대낮에 공공연하게 사람을 죽이고 공주의 집에 숨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관리들은 공주를 두려워해서 그 하인을 잡지 못하고 쓸데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공주가 외출할 때 그 하인을 마차에 태우고 나왔는데 동선(董宣)은 이것을 알고 공주의 마차를 세우고 큰 소리로 공주가 살인을 한 죄인을 숨기고 있는 과실을 책망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하인에게 호통을 치고 마차에서 끌어내려 때려죽여 버렸습니다.

호양공주(湖陽公主)는 동선(董宣)의 무례함에 분노해서 광무제(光武帝)에게 호소했습니다. 광무제(光武帝)도 매우 화가 나서 동선(董宣)을 불러서 공주에게 무례한 한 죄를 책망하여 채찍으로 때려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동선(董宣)은 얼굴을 땅에 박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디 한 마디만 올리고 나거든 죽이시기 바랍니다.  폐하는 성덕이 있으셔서 한나라를 다시 부흥시키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무도한 하인이 양민을 죽인 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천하를 다스리실 것입니까? 소신은 채찍으로 맞아 죽을 것까지도 없고 스스로 죽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난 동선(董宣)은 즉시 머리를 기둥에 부딪혀 피가 동선의 얼굴을 타고 흘렀습니다. 광무제(光武帝)는 동선(董宣)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그 죄를 사면해 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공주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해 공주에게 사죄하도록 명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동선(董宣)은 이런 천자(天子)의 명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천자(天子)가 신하들에게 명령해서 강제로 동선(董宣)의 머리를 강제로 숙이려 했지만, 양손을 땅을 대고 버티면서 끝내 굽히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광무제(光武帝)가 평민이었을 때보다 권세가 오히려 못하다며 못마땅해 했습니다.

그러나 광무제(光武帝)는 "천자(天子)는 평민과는 달라야 한다."면서 동선(董宣)을 석방하고 오히려 큰 상을 내렸습니다. 이후로 사람들은 권세 앞에 굴하지 않는 동선(董宣)을 '누워 있는 호랑이'라는 뜻으로 '臥虎'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꽃사진: 카시아(Cas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