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관점을 바꾸면 난관과 제약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박남량 narciso 2021. 9. 8. 10:04

관점을 바꾸면 난관과 제약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낙동강 하구 강변도로 고니쉼터


1975124일 리허설을 위해 공연 장소에 도착한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은 깜짝 놀랐습니다. 몇 시간 후면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데, 피아노 상태가 믿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던 것입니다.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았고 서스테인 페달도 작동하지 않았지만, 공연 시간에 맞춰 다른 피아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재릿은 피아노의 상태를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꼭 완벽주의자가 아니어도 연주 자체가 어려울 만큼 피아노의 상태는 형편없었습니다.  

콘서트 기획을 담당했던 독일 학생 베라 브란데스(Vera Brandes) 또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재릿의 입장을 이해했습니다. 애초에 피아노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실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소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던 베라는 키스 재릿을 설득했습니다. 기술자들이 투입되어 남은 시간 동안 피아노를 손봤습니다. 당시 재릿이 처한 상황은 연주가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날의 공연은 역대 최고의 공연이 되었습니다. 이날 콘서트는 현재까지도 전설적인 공연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콘서트 앨범은 400만장 이상 팔려 나가 역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공연을 직접 본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그 기묘하고 마법 같았던 경험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Keith Jarrett)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약이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일화입니다. 물론 제약이 걸작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재릿이 한계에 도전하도록 만든 것은 엉망인 피아노로 인한 제약이었습니다. 쨍쨍거리는 고음부를 피하기 위해 중간 톤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그 덕에 전체적인 사운드의 톤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또한 소형 피아노의 작은 소리를 극복하고 공명을 만들기 위해 반복적인 베이스 리프를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온몸으로 건반을 찍어 누르듯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그 부드러움과 역동성이 조화를 이루며 듣는 이에게 전율을 주는 명연주로 탄생한 것입니다.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분명 재릿의 선택이었습니다. 그가 마주했던 제약은 그날의 연주를 걸작으로 만드는데 일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