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경북 예천의 말무덤(言塚)

박남량 narciso 2016. 3. 28. 15:50


경북 예천의 말무덤(言塚)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에 가면 한대마을 입구에는 고분 형태의 대형 무덤이 있다. 말무덤(言塚)이다. 말(言)이 많아 마을에 분란이 끊이질 않자 말(言)을 사발에 뱉어 무덤 속에 넣고 평온하게 살기 위한 방책으로 만들어졌다.

한 마을에 김녕 김씨, 밀양 박씨, 김해 김씨, 진주 류씨, 경주 최씨, 인천 채씨 등 여러 성씨가 살았는데 각 문중끼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서 고민이 깊을 때 어느 나그네가 지나가다가 마을의 산세를 보고는 한마디 던졌다.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요, 우백호는 구부러져 위턱의 형세라, 개가 짖어대니 마을이 항상 시끄럽겠구나."

좌청룡 우백호는 마을 좌우로 뻗어내려 마을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지형이다. 이 마을을 둘러싼 산의 형세가 마치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주둥이 모양이어서 주둥개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산세가 개가 짖는 형상이라 마을이 시끄럽다는 나그네의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 형상 중 개주둥이의 송곳니 위치인 동구 밖 논 한가운데에 날카로운 바위 세 개를 세우고, 개의 앞니 위치인 마을길 입구에도 바위 두 개를 놓아 개가 짖지 못하도록 하고 그 바위의 이름을 재갈바위라고 했다.

또 싸움의 발단이 되는 온갖 말(言)들을 사발에 뱉어 담아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개주둥이 형상의 주둥개산에 묻어 말무덤(言塚)을 만들었다. 말무덤(言塚)을 만든 이후로 마을에서 싸움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이웃 간에 두터운 정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남과 대화를 하면서 자기 말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침묵은 길어도 좋습니다. 내가 끼어들고 싶어서 못 참는 것이지 상대가 나의 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침묵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없이 많은 말을 하는 것이고 많은 말을 듣는 것입니다. 침묵하는 사람은 분위기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때로는 비수가 되어 상대방을 찌르는 무자비한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구약성경 잠언에도 미런한 자의 입은 몰락을 불러들인다(잠언 10,14) 그리고 입술을 조심하는 이는 사려 깊은 사람이다(잠언 10,19).라면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내가 떠든다고 알아주지 않습니다. 떠들수록 더 오해 받습니다. 침묵하면 세상이 보이고 묵언하면 내가 보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