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雖臥馬糞 此生可願)

박남량 narciso 2016. 6. 1. 12:59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雖臥馬糞 此生可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雖臥馬糞 此生可願)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속담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고생스럽고 천하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고생스럽고 천하게 살더라도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있다면 되도록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옪은 생각일까요? 열자(列子)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옛날 중국 춘추 시대 제(齊)나라의 경공(景公 BC ? - BC490)이 우산(于山)이라는 곳을 유람하다가 국경지대에 이르러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이처럼 광활한 나라를 두고 과인이 어찌 죽을 수 있겠는가?"

넓디넓은 나라의 왕이 되어 권력과 영화를 누리고 있는데 어떻게 늙어 죽을 수 있겠느냐? 인간이 수명이 짦은 것이 한이로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탄식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애공(艾孔)과 양구거(梁丘據)라는 측근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안타까워서 함께 울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재상인 안영(晏嬰 BC ? - BC 500 안자(晏子)라는 존칭으로 불리기도 한다)만이 홀로 그 곁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경공(景公)이 눈물을 닦으며 물었습니다.

"과인은 오늘의 유람에서 슬픔을 느꼈소. 애공(艾孔)과 양구거(梁丘據)도 모두 과인을 따라 울고 있는데 경만이 홀로 비웃고 있으니 무슨 까닭이오?"

안자(晏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진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세상을 차지하고 끝까지 죽지 않는다면 강태공이나 환공께서 지금까지 나라를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용감한 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세상을 지키게 할 수 있었다면 영공과 장공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 것입니다.

이상 몇 분이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서 세상을 차지하고 있다면 주상께서는 지금 무슨 지위로 여기에 계시겠습니까? 차례로 임금 노릇을 하다가 차례로 떠났으므로 지금 주상에게 이어져 온 것인데 그런 것으로 눈물을 흘리시다니 이는 어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어질지 못한 임금과 아첨이나 일삼는 두 신하를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곧 제가 홀로 웃고 있는 까닭입니다."

시대의 고금을 따질 것 없이 그리고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자리에 연연하여 불쌍할 정도로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수많은 정치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언젠가 자기의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할 생각을 않고 지위와 수명 연장에 미련을 가지고 집착하는 모습이 가련합니다. 물론 정치하는 사람 뿐이겠습니까. 추한 이름만을 남길 뿐이라는 것을 알까요?

바늘 없는 낚시로 유명한 강태공(姜太公 BC 1211-BC 1072)은 중국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을 도와 나라를 일으키게 한 다음 제(齊)나라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환공(桓公 BC ? - BC 643)은 제(齊)나라를 중흥시킨 어질고 유능한 임금이었습니다. 영공은 장공의 아버지요 장공은 바로 경공 앞의 군왕이었습니다.

안자(晏子)는 아무리 어질고 유능한 임금이나 용감한 왕일지라도 모두 타고난 명이라는 것이 있어 죽을 때가 되면 죽어서 세대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되게 되어 있는데 그런 자연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영원히 자기만 권세와 영화를 누리려고 헛된 미련을 보이고 있는 경공(景公)과 그에 아부하는 애공(艾孔)과 양구거(梁丘據) 두 신하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입니다.<꽃사진: 일일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