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450 년만의 외출

박남량 narciso 2006. 7. 26. 11:18


                450 년만의  외출


    1998년 4월 안동 정상동 택지조성을 위해
    이곳에 있던 분묘를 이장하던 중
    조선중후기를 살았던
    고성이씨 15세 李明貞(1504-1565)의 처
    一善文氏가 미이라 상태로 발견되고,
    이어 그의 손자인 이응태(1556-1586)씨가
    염습 당시의 모습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응태의 부인이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글이 눈길을 끌었는데
    원이 아버지에게로로 시작하는 思夫曲은
    남편을 여윈 아내의 애절한 사랑이 구구절절이
    간절하게 표현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응태 부인이 남편에게 보낸 편지(1586년)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 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 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어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내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형(이몽태)이 동생(이응태)에게 보낸 시(輓詩)




    泣訣舍弟 ( 울면서 아우를 보낸다)

    共汝奉旨甘(아우와 함께 어버이를 모신 지가)

    于今三十一(이제 삽십일년이 되었네)

    奄然隔重泉(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니)

    令原何太疾(어찌 이렇게 급하단 말인가)

    拍地之茫茫(땅을 친들 그저 망망하기만 하고)

    呼天之默默(하늘에 호소한들 대답이 없구나)

    孤然我獨留(외로이 나만 내버려 두고)

    汝歸誰與匹(죽어서 뉘와 더불어 함께 할런지)

    汝留遺後兒(자네가 남기고 간 어린 자식)

    我在猶可護(내 살았으니 그래도 보실필 수 있구나)

    所望好上仙(바라는 바는 어서 하늘에 오르는 것)

    三生何不遠(삼생은 어찌 빠르지 않을쏜가)

    亦望勸有助(또 바라는 건 부지런히 도움을 내려주어)

    親庭壽萬億(부모님이 만세토록 장수하시는 거라네)

    舍兄神亂哭草(형이 정신없이 곡하며 쓴다)